이 사람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대개 감염병이 발생하면 정부, 특히 주무부처가 욕을 먹기 마련이다. 욕을 덜 먹느냐, 더 먹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완벽하게 방어하는 게 불가능한데다 불안과 불만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처하는 정부의 사령탑,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차관급)에 대한 질타보다는 걱정과 격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에 반해 질병관리본부와 정은경 본부장에 대해 대응이 부실하다며 질타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다. 오히려 '고맙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트위터와 페북 등 SNS에서 퍼지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의심환자가 늘어나는데도 '책임론'이나 '무능론'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정은경 본부장에 대한 응원은, 그의 전문성과 신뢰있는 태도에 대한 믿음에서 나온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를 취득한 그는 줄곧 '질병관리'의 한 우물을 파왔다. 국립보건원(질병관리본부 전신) 연구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관리과장·질병예방센터장·긴급상황센터장을 거친 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았다.
대구 신천지교회가 감염원으로 등장해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기 전, 일주일 가까이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에서도 정 본부장은 "절정이 지났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매일 오전 9시에 직접 브리핑을 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기자들의 질문이나 궁금증에 대해 성실하게 끝까지 답변하는 태도로 신망을 얻었다.
그런 정은경 본부장의 모습에 사람들의 그가 점차 초췌해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국민일보>에 실린 기사 두 꼭지가 SNS에 널리 퍼지고, 응원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것도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낸 까닭이다.
노란 점퍼를 입고 매일같이 브리핑하는 화장기 없는 얼굴은 갈수록 초췌해지고 있다. 바빠서 염색을 못해서인지, 고생해서인지 알 수 없으나 한 달 전에 비해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 기자들이 더 이상 물을 게 없을 때까지 몇 시간이고 투명하게 브리핑하는 모습이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다는 평가가 많다.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낙관론이 나올 때마다 그는 "변곡점을 맞거나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질본 질병예방센터장으로 일하며 많은 경험과 교훈을 얻었다. 초기 대응에 실패했던 메르스 사태 종료 후 질본은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많은 의사들이 징계를 받았고 그에게도 정직 처분이 내려졌다(※ 최종 징계는 감봉). 징계를 받은 의사들 상당수가 질본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그러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하면서 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인사에 관여했던 여권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때 일하던 모습을 눈여겨 봤다가 발탁했다"고 말했다. 국장급에서 실장급을 거치지 않고 바로 차관급으로 승진한 것은 이례적이다. 첫 여성 질병관리본부장이기도 하다. 그는 설연휴 등에도 쉬지 못한 것은 물론 매 끼니를 거의 도시락 등으로 때우고 있다고 한다. 상황을 보니 계속 고생해야 할 것 같다. (<국민일보>, 2020_0221)
메르스 방역 실패를 이유로 중징계가 예고됐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공무원 9명에 대한 인사 처분이 확정됐다. 1일 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 취재 결과, 인사혁신처는 최근 메르스 공무원들에 대한 인사처분을 확정, 그 내용을 해당 공무원들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의 처분은 당초 해임에서 정직으로 완화됐으며,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도 정직에서 감봉으로 처분이 감경됐다. 정은경 질본 긴급상황센터장의 처분도 정직에서 감봉으로, 허영주 질본 감염병관리센터장의 처분도 갈등에서 불문경고로 완화됐다.
당초 예고된 것에 비해 처분 수위는 낮아졌지만 복지부와 질본의 분위기는 무겁다. 메르스 종식을 위해 최일선에서 뛰었던 동료들이, 그에 따른 책임으로 인사처분을 받게 된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위기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건연구관과 보건연구사 등 하위직 공무원 감봉 처분은 과거 윗사람들이 책임지는 공무원 사회 행태가 아랫사람들도 책임을 지는 행태로 변화한 것"이라며 "향후 감염병 사태 발생 시 누가 현장업무가 나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메디칼업저버>, 2016_0502)
메르스 사태 당시 정은경 본부장은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을 맡았다. 당시에도 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은 그가 주로 맡았다. 아래 기사는 2015년 6월 18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공용브리핑실에서 메르스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에 관한 내용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이었던 스콧 고틀리브(Scott Gottlieb)는 어제(2월 2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우수한 능력을 칭찬했다.
질병관리본부(Korea Centers for Disease Control & Prevention)는 국민의 보건향상을 위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소속의 유일한 차관급 기관이다.
2003년 사스를 계기로 기존의 국립보건원(Korea 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을 승격시켜 서울특별시 은평구 녹번동에 설립되었으나, 2010년 12월 충청북도 청원군 오송읍 오송생명과학단지로 이전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로 불린다.
질병관리본부는 본부장을 1명 두며 정무직(차관급)으로 보임한다. 국립보건원 시절에는 1급 이하 고위공무원을 원장으로 보임한 거에 비해 권한과 책임이 크게 강화된 것이다. 특이사항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생물안전도 4등급(BSL level 4)의 전염성 매개체를 실험할 수 있는 실험실을 청주 오송에 가지고 있다.
국립보건원은 박정희 정부 때 만들어졌다. 윤유선 초대 원장(1963년 12월~1964년 2월)으로 시작해 참여정부 때 김문식 15대 원장(2002년 3월~2004년 3월)으로 마감했다. 후신인 현재의 질병관리본부는 역시 참여정부 때 김문식 초대 본부장(2004년 01월~03월)으로 시작해 문재인 정부 때인 지금 정은경 7대 본부장(2017년 07월~)으로 이어지고 있다.|※ 참고자료 : 나무위키
※ 이 글은 지난 2월 23일 제 개인 블로그 和而不同에 게시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