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취 존중, 가장 친환경적인 음식 '비빔밥'

이한기의 음식이야기 - 내가 만든 '비빔밥'

by 이한기


가장 한국의 특색을 잘 살린 음식이 이라고 생각한다.


국수에 얹어지는 지단처럼 고명은 흔히 음식에서 조연 역할이다. 그런데 비빔밥에서의 고명은 그 자체가 주연이다. 고명이라고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밥과 섞이는 찬이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비빔밥은 형편이나 상황, 취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비빔 재료가 두세 가지여도 좋고, 네다섯 가지여도 좋다. 미테리언(Meatarian)은 고기를 섞어서, 베지테리언(Vegetarian)은 고기 없이 채소류만 넣으면 된다.


양념조차 간장이나 고추장, 원하는대로다. 이보다 더 '개취'를 존중해주는 음식도 드물다. 강제 배식이 아니라면.


비빔밥은 철저히 친환경적인 음식이다.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적정량만 비벼서 만들면 남길 게 없다. 게다가 설거지할 그릇까지 적어지니 더욱 환경 오염이 줄어든다.


내가 주말 낮에 비슷하게 친환경적인 짜파게티 대신 비빔밥을 만든 이유는 오로지 냉장고에 채소류 반찬이 많이 남아서다.


콩나물·버섯·가지·호박 등 (냉장실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갖가지 채소 반찬을 이처럼 맛있게(저항없이) 소비할 수는 최고의 방법이 비빔밥이다.


역시, 채소류 비빔밥에는 들기름이다. #2019_111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故 리영희 선생의 청년시절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