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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한구 Dec 06. 2021

05.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하나요?

질문에 담긴 이중적의미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하나요?


상담을 시작할 때, 아니 한참이나 상담을 받고서도 자주 듣는 내담자의 물음이다. 

내담자들은 대부분 이런 고민을 상담 시작 전부터 시작해서 상담을 마치는 순간까지도 하는 것 같다. 때로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상담 과정 내내 그런 생각이 맴돌면서 갈등하기도 한다. 


상담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말이지만, 실제 상담에 대해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힘들고 답답하니까 상담이라도 받아보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정작 상담이 무엇인지는 잘 모른다. 이로 인해 상담현장에서는 종종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어려움을 겪거나 오해와 갈등이 증폭되기도 한다. 상담에 대해서 내담자가 충분한 이해를 하고, 상담자도 자신의 상담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소통하여 원활한 상담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라는 물음에는 이중적 의미가 있다.

1. 하나는 원인이 나에게 있지 않은데 내가 왜 책임을 져야 하는가? 

2. 다른 하나는 상담에 대한 이유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상담실에서 이런 구분은 명확하지도 않고, 큰 의미도 없다. 상담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뚜렷해진다고 해서 문제해결이 된다거나 그 상황에 대해 자세나 태도가 한순간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담의 이유를 알게 되어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저항이나 회피가 생기면서 어느 순간 개미지옥에 빠진 것처럼 혼란이 계속된다. 상담은 문제가 있거나 문제가 인식되면 해야 한다. 


문제를 위험이 아니라 기회라는 생각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선물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상황에 있을 때 이런 말들은 더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터널의 끝에 밝은 빛이 기다리고 있다.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사실 특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에서, 그리고 상담을 마친 이후의 삶에서 경험하게 된다. 상담에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문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상담은 문제 인식이나 해결 의지가 없으면 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상담을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설명하여 이해를 시켜도 상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저항감이 줄어들기보다는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상담의 필요성이나 이유에 대해 이해한다고 해서 기분이 좋아지거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담을 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러 왔다면 머리로 이해하기보다는 상담자와 같이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담은 현재 경험하는 어려움을 다루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있는 여러 가지 보이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이해하고 탐색하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찾아가는 자기실현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경험으로 볼 수도 있으며, 성장을 위한 촉진작용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하나요?’에 대한 답은 여기에 있다. 

상담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각자 다른 이유와 목적으로 자기 필요에 따라 나타난 것이다. 자기 삶에 나타난 여러 작용은 상담 과정에서 보물을 발견하게 할 수도 있고, 구덩이에 빠뜨릴 수도 있다. 단지 상담받아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 상담자와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결국 자신을 찾아 떠나는 마음 여행, 그리고 상담자와 함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얻는 선물 같은 것이다. 상담실에 온 사람은 그 초대장을 받고 세계 일주를 떠나기 위해 출국장에 들어가려는 사람과 같다. 상담은 약간의 설렘과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혼란의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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