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한구 Dec 07. 2021

06. 내담자와 상담자의 동상이몽

상담에 대한 이해와 문제인식의 차이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에 대해서 
'서로 다른 기대와 생각'을 하곤 한다. 

상담하면서 내담자에게 '상담자의 상담'에 대해서 충분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 

내담자는 상담의 기초를 공부하지도 않았고, 설령 공부했다고 할지라도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에 대한 이해와 기대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담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내담자가 상담에 대해 어떤 이해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상담자가 자신의 상담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상담에 대한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인식의 틀 안에서 상담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기 때문에 상담자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상담을 이해하는데 나타나는 차이는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널리 알려진 상담이론도 사람에 대한 기본 이해가 다르고 상담의 진행이나 기본 철학이 달라 갈등이나 반목이 나타나기도 한다. 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상담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공유된다면, 수월한 상담 진행을 기대할 수 있다. 전문적인 상담센터에서는 초기 면담을 통해 내담자의 기대와 인식, 그리고 필요한 개입 방식을 탐색하여 적절한 상담자를 배정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담은 아는 사람의 소개를 받아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에 이런 기대나 인식을 일치시키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거나 서로 상대가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로 상담이 진행되어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된다.




내담자는 상담에 대한 기대가
어긋나면 맘이 상하고, 
상담자는 내담자의 반응이나
평가에 민감해진다.

상담방식이나 내용을 공유하지 못하고 갈등만 커져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담은 전통적으로는 지도자나 지배적 위치에 있는 사람의 조언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는 수용적 방식의 지시적 상담을 해 왔다. 이는 전통 사회의 폐쇄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지도체제를 반영하여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통 사회는 정치와 종교, 그리고 경제 등 사회와 개인이 구분되지 않고 밀접한 상태였기 때문에 지시적 상담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 소위 상담하는 어른들은 내담자가 어린 시절, 아니 그 부모의 젊었을 때의 삶과 주변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지시적으로 개입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중재하거나 조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그런 경우가 적어지고 있으며, 개인의 가치가 중요시되기 때문에 비지시적 상담이 일반적이다.


실제 중세 이전의 상담은 주로 종교적 활동의 일환(一環)이었으며, 하늘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소위 인본주의가 출현하고 심리학과 상담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심리학은 신학의 인간론 차원에서 독자적인 학문영역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통 사회의 분위기는 현대 상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의사는 환자를 정상 범주를 벗어나 비정상 상태에 있으며 결손이 생긴 것이라고 인식했으며, 결과적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대비적 개념으로 치료자를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며 환자에게 권위적 태도를 보이게 되었다. 특히 프로이트는 이런 권위적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이런 접근에 반기를 든 것이 로저스(C. Rogers, 1902-1987)이다. 로저스는 처음에는 정신분석학회에서 활동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방식에 회의를 느껴 비지시적 상담이라고 명명하고 치료적 변환을 하기도 했다. 로저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특성을 반영하고 정체성을 찾아 내담자 중심상담, 그리고 인간 중심상담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상담에 대한 이런 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어 상담현장에서 혼란이 만들어진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존중하면 확신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지고, 상담자가 확신이 생기면 무시나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혼란이 나타난다. 

내담자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울 때는 확실한 답을 원하면서도, 자기 생각과 일치되지 않을 때는 다른 방법을 찾거나 거부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상담에 대한 혼란이 생기고 상담을 왜 받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미묘한 정서변화가 본질적 문제에 대한 의구심으로 나타나면서 혼란이 생긴다. 이런 혼란으로 인해 상담에서 자기문제의 원인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며 억울함과 분노를 동시에 경험하기도 한다.




상담은
문제를 통해 자극을 받고
문제를 자각한 사람이 받는다. 

옛말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것처럼, 결국 상담은 상담실에 와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상담실에 앉아있고, 때로는 자신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극을 받았다면 상담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이해와 인식, 그리고 상담자의 상담기법과 문제에 대한 인식 등 다양한 부분부분에서 내담자의 기대와 상담자의 개입 사이에 큰 격차가 발생하게 된다.


상담구조와 관련된 것으로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만남을 통해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상담은 이론이나 상담자에 따라 다른 인식이 있다. 이는 개인의 경험과 인식 차이에서도 나오지만, 상담기법이나 철학적 기반에서 다르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담에 대한 이해와 문제 인식의 차이, 그리고 개입과 그 변화에 대한 저항 등 다양한 작용으로 인해 어려움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서로에 대해 반목하고 갈등을 재현하기 때문에 양가감정과 태도가 있으므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라고 할 수 있다.문제인식의 차이

작가의 이전글 05.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하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