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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중 Jun 12. 2023

치유의 정원, 선감도 바다향기수목원


바다향기수목원 안내도
바다향기수목원 정문과 인공 폭포

경기도 안산시에 속한 섬 대부도에는 간척사업으로 인하여 작은 섬이 여러 곳 딸려있다. 바다향기수목원을 품고 있는 선감도는 제부도가 품고 있는 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이다. 선감도의 지명은 고려 시대부터 선감미도(仙甘彌島)라 불리던 기록이 있다. 구름과 학을 벗 삼아 지내던 신선이 내려와서 정화수로 목욕했다는 이야기로 붙여진 이름이다. 섬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이 여러 곳 있다. 이 지형이 신선이 목욕하기 알맞은 곳으로 보였는지 그렇게 불 것 같다.


수목원은 공원이나 유원지와는 다른 기능을 하는 곳이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의 유전자원을 수집, 증식, 보존, 관리하는 기능이 주요 역할이다. 따라서 수목원은 어느 공원이나 유원지보다 청정하고 상쾌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바다향기수목원을 걸으면 그 이름처럼 바다의 풍경이 둘러 있고, 사계절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다. 꽃들이 길가를 밝혀주고, 배추흰나비도 꽃인 것처럼 꽃과 어울린다. 이곳에는 1,000여 종의 식물이 30만 그루가 넘게 분포되어 있다. 30만 평의 넓은 공간의 열아홉 개 주재원을 하루에 둘러보기란 쉽지 않을 일이다. 운이 닿으면 부엉이가 나뭇가지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수목원 안의 산책로

수목원의 산책길은 숲을 거닐 수 있는 2km, 꽃의 향을 주제로 한 3km, 바다를 테마로 한 4km 등 세 가지 경로가 있다. 경로가 정해져 있지만, 경로대로 걷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경로이다. 이리저리 오르락내리락하며 느낌이 가는 대로 걸어서 나만의 산책 코스를 만드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최장 거리 4km 바다를 즐기기 위한 길을 중심으로 걷기로 했다. 즐거운 꽃들과 시원한 나무 그늘이 산책로를 가득 메웠다. 수목원을 감상하는 나만의 한가지 거를 수 없는 습관이 있다. 쉼터가 있으면 잠시라도 앉았다 가는 것이다. 수목원에서 쉼터는 가장 전망이 좋고 신선한 바람이 드나드는 곳에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커피도 괜찮지만 시원한 물 한 컵 마시고 나면 몸마저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졸졸 흐르는 냇가의 다리를 넘나들고 쉼터에 걸터앉아 바닷바람을 맞는다. 염전을 개간한 논과 바다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맑은 물로 씻겨지는 듯하다. 특히 암석원 앞의 쉼터에 앉아서 보는 섬 사이로 마치 강처럼 흐르는 바다의 풍경은 한적함의 극치다.     

수목원의 꽃과 나무

선감도의 정상이자 수목원의 정상인 상상전망대로 향한다. 무엇이든 상상하면 된다는 전망대의 또 다른 이름은 "상상전망돼"이다. 이정표에 쓰인 글씨는 오타가 아니다. 상상하면 모두 된다는 뜻이니 소원 하나를 품고 상상전망대에 오른다. 전망대가 보이는 곳부터는 지압을 위한 돌멩이들이 박혀있다. 신발을 들고 아장아장 돌길을 걸어 본다. 발은 얼얼하지만 건강해진 것 같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이곳에 고요한 이곳에 선감학원이라는 시설이 설립된다. 부랑아 수용시설로 사용되어 1982년까지 40년간 운영되었다고 하니 일제의 잔재가 광복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온 것이다. 8세에서 18세까지 불량 청소년을 수감하는 시설이었는데 항일 독립운동에 참여한 사람들까지도 가두었다고 한다. 선감학원을 비롯한 전국의 감화원을 운영한 숨은 목적은 이들을 훈련해 태평양 전쟁에 참전시켜 총알받이로 내세우기 위한 것이었다. 감금된 수많은 소년은 탈출 시도, 구타,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하고 만다. 과거 선감학원의 위치는 경기창작센터이다. 대도시의 고등학교 면적보다 큰 부지이다.      


상상전망대에 오르면 과거 선감학원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전망대는 우리 민족의 소년과 청년들을 감시하는 초소가 있었을 것이다. 큰 숨을 여러 번 몰아쉬고 다시 먼 바다로 시선을 돌린다. 무인도 몇 개와 회전날개를 돌리는 풍력발전기가 멀리 보이고 가까이는 농사짓는 마을이 그저 평화로워 보인다. 선감학원의 아픈 역사를 지닌 선감도의 슬픔을 바다향기수목원이 오래도록 치유해 주는 듯하다. 이름만으로 들러보고 싶은 곳 작은 섬 선감도, 대부도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기억 에 적는다.

상상전망대에서 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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