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문경
고모산성에서 내려와 복원된 주막을 지나면 토끼가 뛰어간 벼랑이라는 뜻인 토끼비리라는 곳이 있다. 왕건이 남진할 때 길을 찾지 못하였는데 토끼가 벼랑길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아슬아슬한 벼랑의 귀여운 이름이 되었다.
토끼비리 지나는 길을 배경으로 어변갑의 관갑잔도 라는 한시가 전해진다. 어변갑을 기리고 그의 호를 딴 경남 고성의 면곡서원은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사라졌다.
관갑잔도
면곡 어변갑
요새는 함곡관처럼 웅장하고
험한 길 촉도 같이 기이하네
넘어지는 것은 빨리 가기 때문이요
기어가니 늦다고 꾸짖지는 말게나
한양에 먼저 도착한 친구가 있었는지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급히 가지만 기어가야 하는 어변갑 선생의 경치에 대한 감탄과 험한 길로 인해 친구와의 만남이 늦어지는 안타까움이 살아 있는 시이다. 1700년대 그려진 권신응 선생의 그림 <토끼비리>에는 아슬아슬 줄지어 잔도를 걷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스라이 그려져 있다.
오랜 세월 동안의 선비들의 발자국이 바위로 드러난 길을 반질반질하게 닦아놓았다. 발자국의 흔적이 화석이 된 듯하다. 맑은 날에도 미끄러운 곳이 여러 곳이다.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진남교반이 길옆으로 흘러간다.
만약에 내가 조선 시대 태어났다면 과거 보러 가기 위해 이 길을 걷지 않았을까? 꿈같은 상상을 하며 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