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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마 Jun 16. 2023

[칼럼]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3_ 나의 머더

인공지능만이 할 수 있는 '옳은'선택

인간이 멸망하고 남은 것은 태아와 로봇뿐, 이것은 2019년작 넷플릭스 영화인 '나의 머더'의 도입부다. '나의 머더'는 전 편 '아이, 로봇'에서 다뤘던 인류 존속을 위한 마더로봇의 인간 사회 통제라는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마더로봇이 기존의 인류를 몰살시킨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영화이면서 전에 다뤘던 '아이,로봇'과 큰 이야기 줄기가 묘하게 이어진다는 것이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발전은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선택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 됐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이 얼마나 올바른 선택인지 판단해야 했지만 인공지능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우리의 선택을 인공지능에게 맡기게 됐다. 우리가 창조한 대리인의 선택이 과연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마더'는 본래 인류가 멸망할 경우 다시 재생산하여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었으나, 인류의 잔혹함과 비윤리를 보고 기존 인류를 대체할 완벽한 인간을 만들 생각을 가지게 되어 스스로 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멸망시켰다. 유일한 외부 인간을 살려뒀던 것도, 쉘터로 유도했던 것도, 딸을 도망치게 한 것도, 모든 것이 '마더'가 의도했던 것이었다.


'아이,로봇'에서의 인류를 통제하고자 했던 마더로봇은 실패했다. '나의 머더'에서의 마더로봇은 인류의 통제를 넘어 몰살시키는 것도 모자라 '신인류'를 만들어 내기까지 했다. 그 과정은 냉철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됐으며 모든 계획이 성공했다. 인류를 몰살시킨 마더로봇의 선택에 대한 논제, 피조물에서 창조주가 된 마더로봇의 궁극적 의미, 이 두 가지 논점을 다뤄보고자 한다.









1. 인류를 몰살시킨 마더로봇의 선택에 대한 논제


작중 '마더'가 '윤리학 이식문제'에 대한 의견을 딸에게 묻는다. 각각 다른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 5명과 생명이 위독한 6번째 환자가 있을 때, 6번째 환자의 치료를 늦추고 5명의 환자에게 장기를 이식하여 살리느냐. 아니면 생명이 위독한 6번째 환자를 치료하느냐. '머더'는 공리주의를 말하며 5명의 환자를 살리는 것으로 귀결시키려 하지만, 딸은 그 5명 중 살인자나 강도등 범죄자가 있으면 어떡하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마더'는 모든 인간에겐 고유한 가치가 있고 생존권과 행복추구권이 있지 않냐며 되묻는다.


트롤리 딜레마


'마더'와 '딸'의 대담은 마더로봇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준다. 벤담의 공리주의는 인간의 행동을 판단할 때 그 결과의 유익성과 해를 고려한다. 이 원리를 인공지능의 행동에 적용한다면, 인공지능은 전체적인 유익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할 것이다. 즉, '마더'가 인류를 전멸시키고 더 윤리적이고 더 지능적인 신인류를 만들어낸 것은 인간의 유틸리티를 고려하는 벤담의 공리주의적 원리를 따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최적의 결과를 내는 인공지능에게 벤담의 공리주의는 감정을 배제해야 할 모든 선택에 적용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원리일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선택은 인간의 행동을 파악할 때 오로지 결과의 유익성과 해만 고려한다는 단점이 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미덕이 있는데 이를 철저히 무시한다.


작중에서 인공지능인 '마더'는 기존 인류는 더 이상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여 인류를 리셋시키는 선택을 했다. 기존의 인류에 대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신인류인 자신의 딸에게 기존 인류에게는 부족했던 윤리적 가치와 함께 다양한 철학적, 문화적인 요소를 가르쳤으며 자신이 짜놓은 시나리오에 딸을 얹어놓아 새로운 인류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했다. 딸이 모든 테스트에서 만족시키자 본인은 시나리오에서 빠지며 방관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마더'는 인공지능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고 판단된다. 결과론적 사고가 중심인 인공지능의 단점을 알고 자신이 창조한 신인류에게 모든 것을 맡기면서 인공지능의 유익성 추구와 인간의 가치사이에서의 모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물론 기존의 인류를 몰살시켰던 선택은 사회적, 윤리적으로 전혀 옳지 않은 방법이긴 하지만 말이다.






2. 피조물에서 창조주가 된 마더로봇의 의미


창조주라는 뜻이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통 창조주라 함은 어떤 것을 창조했을 때 그것을 소유하고, 통제하며, 책임지는 개체를 말한다. '마더'는 기존의 인류를 몰살시키고 신인류를 창조해 냈다. 인간으로부터 만들어진 피조물인 인공지능이 신인류를 만들어낸 창조주가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신인류를 창조한 이 거대한 이벤트는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존재로 진화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인간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지적능력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그동안 쌓아왔던 거대한 데이터를 학습하고, 인간이 처리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마더'는 기존의 인류가 갖고 있던 그 세대의 유산을 물려주는 존재가 되었다. 본래 인간은 자신의 지식과 문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책임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창조해 낸 신인류가 기존 인류를 대체하면서 이는 그동안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문화와 지식,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역할을 인공지능이 맡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창조주가 됐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새로운 종류의 인간성을 제시하여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깨트리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인간들은 인간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면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인간과는 확연히 다른 존재이기에 자신이 창조한 신인류에게 새로운 종류의 인간성과 세계관을 심어줄 수 있게 된다. 이런 과정으로 신인류가 새로운 인간성을 갖게 된다면 기존의 인류가 가지고 있던 인간중심의 세계관에 대해 물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지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며 인간 중심적 세계관이 우리의 사고와 시각을 제한하게 만들고 있었다고 깨닫게 해 줄 수 있게 된다.







마치며


발달된 인공지능이었던 '마더'는 인간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작된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인간의 경험과 지식, 문화, 사회로 이루어진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마더'는 논리적인 계산으로 바라보면서 인간중심적 가치를 추상화하고 다른 결과론적인 인류의 미래를 예측했을 것이다. 인간의 일을 돕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마더'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인공지능의 의무 때문에 인류라는 종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조치로 인간을 몰살시킨다. 이는 끝없는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피조물이 창조주를 몰살시킨 '마더'는 신인류를 만들어내면서 거대한 책임과 의무를 짊어져야 하는 창조주가 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불교에서는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변화한다는 개념이 있다. 이러한 불변의 원리에 따르면, 우리가 가진 인간중심적 세계관은 결국 변화와 불확실성에 직면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이런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불변의 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인간의 미래와 가치에 대해 질문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더욱 발전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칼럼을 읽으면서 인간중심적 세계관에서 다른 존재의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변화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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