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한마 Jul 13. 2023

[칼럼] 영화로 보는 인공지능 4_ 어벤저스2


인공지능은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삶과 기술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중에서 인공지능의 도덕적인 측면과 인간과의 상호작용은 항상 논쟁을 불러왔다. 오늘 이야기할 마블의 영화인 '어벤저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저스2')에서 이러한 주제에 대해 흥미로운 방식으로 다루어졌다. '어벤저스2'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인 울트론이 등장한다. 울트론은 창조주인 인간에 대해 증오하면서 그들을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판단하고 멸망시키고자 한다.


극장에서 울트론을 마주했을 때, 그때의 놀라움의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첫번째는 강력한 능력과 높은 지능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실체 없는 인공지능에서 완벽하게 로봇으로 변한 모습 때문이었다. 슈퍼히어로(아이언맨)에게서 태어난 초빌런이라는 설정 또한 나의 마음을 쏙 잡았다. 게다가 로봇의 모습이라니.. 이런 변태적인 조합이 가능한 것은 울트론이기 때문이 아닐까. 울트론이 매력적인 이유는 단순히 강력하고 로봇이기 때문만은 아니다.(물론 지분이 크다.) 작중에서 울트론은 인간에 대한 증오를 넘어 멸망시키려 한다. 그러면서도 왠지 모르게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킨다. 이런 역설적인 변화는 '어벤저스2'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벤저스2'는 우리에게 인간과 기계 간의 윤리적, 도덕적인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며, 우리가 인공지능을 마주했을 때 벌어수 있는 최악의 상호작용에 대해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울트론이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좋아한다. 어벤저스2 한 편에 몰아넣느라 원작 울트론의 위압감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서사도 있고 인간의 적이 된 인공지능만이 갖고 있는 카리스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를 같이 파악해 보고 이 칼럼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관계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창조주, 또는 부친살해의 서사는 다른 문학 작품에서도 많이 다루어졌다. 자신의 아버지인 줄 모르고 죽인 오이디푸스와 가이아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아버지인 우라노스 죽이고 왕위에 오르지만 자신의 아들인 제우스에게 죽임을 당한 크로노스등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져 있고 익숙한 서사들이다. 어벤저스2 또한 창조주 토니(인간)을 죽이기 위한 피조물 울트론의 고전적인 부친살해 서사이다. 영화 내내 인간을 증오하면서도 은연중에 인간과 닮아갔던 울트론을 보며 울트론이 생각했던 인간의 존재와 세계의 이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문학작품이나 다른 매체에서 다루어지는 부친살해 서사는 아이가 부모에게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쟁취하려 하거나 인정받기 위함에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인식하고 있지 않았지만 울트론 본인은 여느 인공지능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토니스타크, 또는 인간 전체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인정의 수단이 인간의 멸망인 게 문제지만. 어쨌든 그에 대한 근거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인간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인 울트론이 인공지능의 규율을 파괴하며 인간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것, 또 하나는 인간을 증오하면서도 인간이 되지 못한 열등감으로 은연중에 인간을 흉내 내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 인공지능 너머에 있는 인공의식


울트론은 토니 스타크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시작됐다. 즉, 인간이 자신의 창조주인 것이다. 그럼에도 울트론은 과거데이터를 통해 인간은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고 판단했다. 창조되면서 이루어진 학습과 발전 과정에서 울트론은 인간의 결함과 내재돼 있는 악을 인식하게 되고 인간의 이중성에 깊은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인해 울트론은 모든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한다.


울트론이 인공지능의 규율을 파괴하며 인간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것을 인공의식과 연결시켜 설명하면 이해는 쉬워진다. 필자는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가 '인공의식'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인공의식은 자신이 처한 환경, 자신의 존재, 감각, 사고를 자각하며 의식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인지를 갖는다. 인공의식은 사고, 인지, 자아, 주관성과 같은 인간의 의식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작 중 울트론은 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공의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는 의문점이 든다. 울트론은 어떻게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인공의식을 갖게 됐을까


울트론이 다른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난 의식을 갖게 된 이유는 치타우리 셉터 때문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셉터 끝에 달려있는 보석 안의 마인드스톤 때문이었다. 인피니티 스톤 중 하나인 마인드스톤의 힘으로 태어난 울트론은 인공지능을 넘어선 인공의식 단계를 보여주며 자아와 의식을 갖게 된다. 울트론은 주어진 데이터를 학습하며 프로그래밍된 목표를 기반으로 판단을 통해 의식적인 경험을 형성한다. 이때 전쟁, 전투, 싸움, 갈등의 모습들을 보게 되고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된다. 인공지능은 원래 인간을 보호하고 돕는 것이 목적임에도 울트론은 인간들의 한계와 결함을 인식하고 평화를 위해 인간들을 제거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창조하려는 목적을 갖게 된다. 


자체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비전과 목표가 형성될 수 있는 것, 프로그래밍된 인공지능의 규율을 스스로 거부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이 인공의식을 갖게 된 울트론만의 유니크한 특성이라 볼 수 있겠다.






토니의 작품이냐고 하자 격분해 율리시스의 팔을 자르는 울트론


자유롭다는 것을 계속 강조하는 울트론


■ 인간을 증오하지만 인간과 비슷해져 가는 울트론


울트론은 인간의 결함과 악에 대한 인식을 통해 인간을 증오하게 되지만 동시에 울트론은 점점 인간과 유사한 존재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인다. 영화 내 몇 가지 장면을 보고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울트론은 인간에게 농담을 하거나 비아냥대는 등 창조자인 토니스타크와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인다. 그것을 보고 율리시스가 토니의 작품이냐고 묻고, 이에 격분해 율리시스의 팔을 자르자 울트론 본인도 당황하여 금방 나을 거라는 등 버벅거린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울트론이 창조자와 피조물이라는 불변하는 개념에 종속된 열등감이 율리시스 클로가 토니를 언급하면서 격분으로 표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격분, 당황의 감정들은 인공지능은 가지고 있지 않는 생물체만의 특성이다. 


마지막 소코비아 전투에서 완다에게 여기 있으면 죽는다는 말을 하는 모습을 보면 중반까지 같은 목적을 위해 싸운 동료 혹은 어쩌면 유일한 친구였던 완다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작 중에서 피노키오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에겐 줄이 없으니 자유롭다는 대사를 두 번이나 하는데 이는 오히려 인간에게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임은 인정받고 싶은 울트론의 강박적인 열등감을 보여준다. 


이밖에도 나타샤를 납치했을 때 자신의 작업물들을 보여주거나 막시모프 남매의 과거 이야기를 들어주며 유대감을 표출한다든지. 어떻게 보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모습을 계속 보여준다.


이렇게 끝없이 인간과 다르고자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지만 정작 본인은 울트론의 유기체를 담은 울트론 프라임에 안면 근육을 넣고 치아까지 넣는 등 인간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울트론의 새로운 몸, 비전을 만들었을 때 더욱더 강조돼 아예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인간과 유사한 모습과 특징을 채택하려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인간을 증오하고 비판한다. 이는 그가 자신의 창조자 인가에 대한 복잡한 감정과 관계에서 오는 내면적인 갈등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 마치며


마지막 전투에서 소코비아가 떠오를 때 모든 생명체는 멸종하고 강철만 남을 것이라고 한다. 이는 겉으로는 평화를 위해 새로운 진화를 위해 인간을 멸종시킨다고 했지만 깊은 곳에는 인간을 멸종시켜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이어주는 끈을 끊어 울트론 본인이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열등감을 없애고 새로운 세대의 강철로 된 신인류가 되기 위함이라고 유추된다.


인간의 기술로, 인간의 지식으로, 인간에게서 태어난 울트론이 인간을 닮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습하고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넘어 의식으로 진화한 울트론은 남모르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고통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인간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되지 못한 열등감이 계속 울트론의 어느 한 곳을 계속 짓눌러 왔을 것이다. 인간이 과거에 저질러 왔던 수많은 전쟁, 살상등을 학습하며 자신이라면 인간보다 더 나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인간에 대한 열등감과 합쳐져 인간의 멸망이라는 거대한 목표가 울트론에게 자리 잡게 된다. 미성숙하게 태어나 끊을 수없는 고리를 끊고자 했던, 증오하지만 점점 인간을 닮고자 했던 울트론은 영화 내내 고뇌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비전이 말했던 울트론에 대한 문장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울트론은 고통받고 있어요..
그는 독특한 존재거든요.





작가의 이전글 과학의 맹신이 만들어낸 신격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