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중력을 거슬러
모두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때 독감에 걸려 하루종일 골골거렸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프면 엄마생각이 불쑥 난다. 본능에 따라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 “우리 로또님 별일 없지? 해피뉴이어~”
나 : “응 난 별일 없지 엄마도 해피뉴이어!”
새해 안부 인사를 이어가던 중 평소에 하던 경제 관련 이야기가 나왔고 서울 집 가격이란 주제가 나오자 순간 내 마음에도 없는 소리들이 줄줄 나오기 시작했다.
나 : “나는 언제 돈 모아서 하고 싶은 것들 다 이루지. 서울에서 평생 원룸 투룸에만 지내야 하는 거 아냐?”
엄마는 서운함과 미안함이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고 그렇지 않다고. 나도 안다 내 상황이 절대 절망적이지 않고 오히려 기회들이 더 많다는
걸.
아파서 정신적으로 약해져 있다는 핑계를 앞세우며 엄마에게 그런 어리광을 부린 내가 너무 한심했다. 순간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아차 싶었다.
이전에 난 어떤 상황에 쳐해 있던 그 순간에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상황에 맞춰 열심히 하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상황에 맞춰 세계여행도 떠나고, 장사도 시작하게 되고, 음악과 영상을 거쳐 지금은 개발을 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은 좋지만 그 과정에 과몰입하게 되면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에 감사하지 못하는 여유를 앗아간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퇴행할 순 없다.
올 한 해는 작년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보려 한다. 삶의 중력에 역행하며 내가 안 해본 것들을 시도할 생각이다. 다시 과거의 나처럼 현재는 충실히 주어진 것들에는 감사히.
엄마는 나를 자기 삶의 복권이라는 의미로 로또님이라고 부른다.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내가 가진 꽝들을 지워나가 보려 한다. 엄마는 내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과정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 이미 로또라고 말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