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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모 Jan 28. 2023

설날에 응급실에 간 엄마

결국은 현재

온 가족이 모여 즐겁게 보내야 할 명절에 우리 엄마는 응급실에 갔다. 그것도 두 번이나.


우리 가족은 명절 시즌이 바쁜 장사를 한다. 그래서 가족 중 그 누구도 20년 가까이 연휴 동안 맘 편하게 쉬어 본 적이 없다.


장사를 하던 중 엄마가 속이 불편하고 소화가 안 된다고 링거를 맞고 싶어 했다. 부랴부랴 마감을 한 후 엄마를 모시고 응급실에 가 링거를 맞았다.


처음엔 단순히 체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링거를 맞은 후 집으로 귀가하던 중 엄마가 숨을 잘 쉬지 못하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엄마의 공황장애가 재발한 거였다.


이전에 아빠에게 엄마가 공황장애가 있었다는 걸 들은 적 있었지만 내 눈앞에서 숨을 못 쉬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직접 겪으니 현실은 더욱 참담했다.


한때 병원에서 근무했던 형에게 병원을 추천받아 응급실에 도착해 상황을 설명했다. 엄마는 신경안정제를

처방받고 싶어 했지만 기존에 처방받던 이력을 가져오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기존에 다니던 병원은 이미 폐업한 상태라 이력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일분일초가 시급한 상황인지라 곧바로 링거를 놓아주었던 병원으로 돌아가 상황을 설명드렸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을 수 있었다.


처방을 받는 동안 아빠와 왜 갑자기 다시 공황장애가 재발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는 명절이 다가오면 재고 관리, 장사가 잘 될지에 대한 염려 등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최근에 내가 엄마에게 한 푸념들이 엄마에게는 나를 도와줘야 한다는 또 다른 압박감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엄마들의 사랑은 끝이 없다. 베푼 것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항상 더 줄 수 없을 지에 대한 걱정뿐이다. 나 때문에 이런 일이 엄마에게 생긴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난 엄마를 보자마자 꼭 껴안은 채 말했다.


엄마 내가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이유는 엄마 아빠를 위해서야. 모든 걸 이룬 시점에 엄마가 없다면 난 이 과정들이 아무 의미가 없어. 엄마는 이미 나에게  충분히 많은 도움을 줬고 난 엄마가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나도 내 현재를 즐기면서 성장해갈테니깐 엄마도 내 걱정 말고 현재를 즐겼으면 좋겠어.


남들은 웃기 바쁜 명절에 우리 모자는 서로를 껴안고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내 품에 쏘옥 안긴 엄마를 안으며 등을 쓰다듬으니 언제 엄마가 이렇게 작아졌지 싶었다. 작고 귀엽고 소중한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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