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모 Dec 28. 2022

재벌집 막내아들 보단 엄마 아들로 태어날래요

엄마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엄마는 내가 본 어른 중 가장 사랑이 넘치고 소녀 같은 사람이다. 악수보단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고 노래방에선 캔디 ost를 신나게 부른다. 남의 아픔엔 눈물을 흘리고 부당한 일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한다.


부도가 나기 전 엄마는 누구보다 여린 사람이었다. 사회생활을 해본 적도 없었고 가부장적인 아빠와 기센 할머니들과의 시집살이에 기 한번 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빠의 부도는 엄마를 사지로 내몰았고 나를 지키기 위해 엄마는 변할 수밖에 없었다.


한겨울 나와 함께 지낼 수 있는 방을 구하러 돌아다닐 때도,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느라 온 손에 물집이 잡혀도, 집에 차압 딱지가 붙고 어른들이 쳐들어와 폭언과 폭력을 남발했을 때도 엄마는 무너지지 않았다.


엄마가 나 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모른 척 외면하던 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눈물이 글썽거린다.


추후에 아빠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그 힘든 와중에도 엄마는 내 교육을 포기 못해 부산에서 교육환경이 좋은 지역으로 무리해서 이사를 갔었고 교육비를 충당하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쓰리잡을 뛰었다고 한다.


엄마는 늘 나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했고 난 그런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슬펐다. 만약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가 주지 못한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받고 있다고.


지금도 누구보다 내 브런치 글을 열심히 챙겨 보고 있을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엄마 아름다운 젊은 시절들을 날 위해 희생해줘서 고마워요. 엄마의 따뜻함을 먹고 자란 꼬마가 벌써 30대 어른이 되었네요. 아빠가 부재한 시간 동안 홀로 모든 짐을 지고 버티느라 고생하셨어요.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기 위해 하루하루 정성스레 살게요. 이젠 제가 엄마의 그늘이 되어 드릴게요. 사랑해요.
작가의 이전글 공산주의 아버지가 180도 바뀐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