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

2025년 11월 16일 기록

by 한월

이곳에 앉아서 타자기를 치고 있으면 마법 같이 글이 써지는 기분이다.

⸻본가의 방에 있는 책상 앞은 거의 이런 식으로 글을 남기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이 책상 앞에 앉아 있으면 바로 앞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

그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건 어느 한 그루의 감 나무이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푸른 잎들이 왕성하고, 가을인 지금에서는 떨감이 주렁주렁 열렸다. 그 사이로 가지에 발을 붙인 까치 한 마리를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에 앉아 있으면 이것뿐만 아니라 하늘의 풍경도 볼 수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밝은 달을 볼 수 있고, 여름의 진한 노을, 침대까지 드리우는 가을 햇살(창문 앞에는 바로 침대가 붙어 있다)이 있다. 겨울이 되면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감 나무가 딱히 가엽지 않다. 씁쓸하지 않다. 아마도 그럴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랬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그 겨울 감 나무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근 가을 오후 하늘은 진하고 푸르다. 여름 때보다 더욱 푸르다. 여름 때에는 바다가 푸를 정도로 진했다면, 지금은 순수하게 맑고 푸른색이다. 가을 오후의 하늘은 나에게 담백함을 느끼게 했다. (타자를 치고 있을 때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어버릴 정도로 시끄럽다. 주말 이외에는 이렇게 감미로운 타자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는데) 의식의 흐름대로 어떻게든 글을 이어가서, 자연스레 맺으려고 해도 도중에 포기하고 글을 지울 수밖에 없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든지라도 용서는 하지 않는다.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구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손을 멈추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주변 환경, 그러니까 2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폰에서 나오는 큰 소음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다. 나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버렸지만, 개의치 않는다. 아마 독립할 때까지 내 방은 없겠지. 얼른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이 나이 때까지 내 방이 없었다면, 내가 스스로 독립하면 될 일. 언제까지고 손을 벌릴 수 없다.

그나저나 이제서야 한 끼를 하고 오니 창밖은 저녁 무렵이다.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지만, 순식간에 날이 저물겠지. 낮이 짧아지고, 금방 밤이 찾아오는 와중에 요즘 치안이 좋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골격과 체격, 힘의 차이가 당연히 너무 나기도 하고, 여러 명이서 덮쳐오면 곤란하다. 그래서 늘 무기를 주머니에 지니고 다니고 있지만, 역시 안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나라는 위험한 인간들을 너무나도 쉽게 풀어 놓는다.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닐 테지만, 확실한 건 너희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겠지. 나는 물론이거니와 누구라도 이에 대해 분노를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뾰족한 수라도 없는 것인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부족한 탓인지 이러한 문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한 가지 변명을 내본다고 한다면, 나는 머리가 나쁘니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 심지어 그에 관한 의견 또한 생각해낼 수 없다. 그렇지만 감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성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있다면(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있지만 그 능력이 전부 천차만별일 뿐이다. 한창 성장 중인 십대들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측정지을 수 없다는 것 또한 고려해야 한다.) 한번 깊게 고민해보는 건 그다지 복잡한 일이 아니다는 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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