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7일 기록
일기장을 샀다. 첫 페이지에는 일단 0.5 젤펜으로 마구 휘갈긴 흔적이 있다.
첫 페이지에는 이 노트의 종이 질감에 어떤 펜이 괜찮을지 한번 시험해보았다. 그리고 이런 노트에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또 내가 이런 종이로 글을 쓰는 걸 별로 안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부터 끝으로 갈수록 손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 이야기는 생략.
첫 기록이니 한 번 더 적어본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잔뜩 있다. 딱히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번에는 0.38 젤펜으로 써보았다. 역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여전히 나의 글씨체가 자꾸만 뭉개지는 것 같다. 그래도 아까 0.5 젤펜보다는 훨씬 글씨의 크기가 딱 좋다.
요즘에는 소설을 쓰는 게 취미이다. 예전에는 수필을 주로 썼었다면, 이번에는 소설이다. 평소에 소설을 쓰는 건 취미가 아니였달까. 소설은 역시 내게 있어서 어려운 장르였다. 아무리 소설을 쓴다고 해도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데 수필도 나의 생각대로 자연스레 쓸 수 있었다면, 소설도 그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마도 최근에 들어 조금은 여유가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러모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 걸 경험으로 삼아 때로는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저 내 앞에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단순하고 명쾌한 사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원래는 그저 단순하게 짧은 이야기로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욕심이 생겨서 조금 더 자세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약 2만 5천 자까지 쓰게 되었다. 목차가 열 개로 나눠져서 당연한 거겠지만. 아직까지 에피소드 7까지 완성했다. 그 다음으로 쓰고 있는 건 에피소드 8이다.
가끔씩 중간중간 지금까지 썼던 글을 돌려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퇴고를 하게 된다. 또, 아무리 나 자신이 썼다고 해도 꽤 재밌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게다가 이 소설은 패러디 소설일 뿐이라, 이미 존재하는 배경에 등장인물만 바꿨을 뿐이다.
역시 이미 주어진 배경과 구체적이고 체계화된 소재로 소설을 쓰는 건 쉽다. 그래야 비로소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글이 완성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늘 그랬다. 오로지 나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상상으로는 소설을 쓸 수 없는 것 같다.
일기니까 일상적이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에 올해 1학기 성적이 나왔다. 성적은 예상대로 처참했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문제는 올해 1학기 학점만 보면 위기감을 느껴야 할 처지인데, 전혀 그런 게 느껴지지 않는다.
며칠 전에 JLPT N2 시험을 보러 갔다. 작년부터 올해 설까지 공부를 하다가 신학기가 되니 그런 거에 신경쓸 틈이라곤 없었다. 물론 변명이지만. 한마디로 전혀 공부를 하지 않은 채 시험을 쳤다. 그래서 성적이 어떻게 돼 자격증을 따지 못하더라도 전혀 절망감이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간절함, 기대감, 초조함. 그런 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계속해서 밤새도록 놀다가 오후 늦게까지 자고, 노래하고, 글을 쓰고 싶다. 그게 요즘 나의 생활 패턴이지만 가끔은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구두를 신고 밖에 나가 밤까지 돌아다니고 싶다.
권태로운 자유만을 느끼다가 언젠가는 다시 2학기를 맞이해야 할 걸 생각하니 그건 꽤나 초조하다.
첫 기록이니 마지막으로 한번 더 쓰자면, 이번에는 평범한 볼펜으로 글을 써내려 가고 있다. 지금까지 특별한 내용을 기록하는 것은 아니다.
느닷없이 날씨에 관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6월 중반까지 밤에 추위에 떨었다. 하지만 6월 말에서 최근 7월로 들어서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그 때문에 나의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라고 말해 두고 싶지만. 역시 핑계다.
그나저나 한꺼번에 손으로 글을 써내려 가는 건 익숙하지 않고, 손이 아프달까 피로감이 느껴진다. 이런 건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는 유감인 점이다.
어쨌든, 계속 그렇게 글을 쓰고 있다 보니 점점 글씨체가 날라간다. 이래서야 나중에 보면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또다시 화제를 전환해서, 고어 영화라는 걸 아는가? 고어 영화라고 하면 잔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을 거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렇고, 나도 그런 잔인한 건 질색이다. 하지만 고어 영화를 리뷰하는 영상을 보고 있자니, 역시 사람(인간)이 제일 무섭다. 나는 인간만이 특유의 광기를 갖고 있다고 깨달았다. 그 광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유토피아와 그에 대한 상상이 만났을 때 비로소 성립되는 게 바로 광기가 아닐까.
물론 사람마다 유토피아(이상향)는 다르고, 상상을 행동으로서 보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가 만나 융합된다면 우리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초월이 탄생하는 듯하다. 또한, 나는 그 광기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광기는 분명 인간의 욕(欲) 때문이다. 당연한 자연의 섭리 중 하나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나는 이런 게 인간만이 가지고 있어서 인간이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라는 걸 부정한다.
각설하고, 오늘은 칠석이다.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도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는 걸까. 유감스럽게도 나는 아닐 듯하다. 일 년에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얼굴을 직접 보지 못하더라도 사랑할 수 있는 게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인 걸까.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운명이라는 걸 강하게 믿고 있기 때문인 걸까. 혹시 견우와 직녀도 몰래 편지로 연락하고 지냈던 걸까. 이런 우스갯소리를 하고 만다.
의식의 흐름으로 쓴 글은 끝날 줄 모르는 것 같지만, 뜬금없이 여기서 메모라도 하고 싶다. 언젠가 나의 글 속 문장에서 '기행(奇行)'과 '만행(蠻行)'이라는 말(단어)을 쓰고 싶다. 이유를 말로 형용할 수 없다.
글을 마치면서 이 글은 분명 흥미롭지 않은 것이 될 거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글이 완전히 실패작이랄까 이런 건 글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의식의 흐름 속을 헤집어 놓은 군말에 불과하다는 걸 느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