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일 없는 한 출석부 싸인을 꼬박꼬박 합니다. 빈 칸 싸인 받으러 다닐 학급 서기를 배려하기 위해, 무엇보다 출석부에 또박또박 쓰는 일이 수업의 시작이며 꽃씨를 심는 듯한 마음이기에.
출석부를 보면 선생님마다 쓰는 방식이 다릅니다. 가는 펜, 굵은 펜, 저 학생 때는 세라믹펜도 있었습니다. 반듯한 글씨, 흘려 쓰는 글씨, 한글 글씨, 한자 글씨. 영어 선생님 중에는 과목명을 'E'로 쓰는 분도 계셨습니다.
시력 때문에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들께 펜 드릴 일, 출석부 볼 일이 많았던 저는 그 다채로움이 마냥 신기했습니다. 제 평생 은사님께서는 늘 '漢'과 선생님 성함 중 한 글자를 정갈한 한자로 쓰셨습니다.
그때부터였을까요. 출석부에 과목이랑 제 이름 한자를 또박또박 쓰고 싶었던 꿈이. 작은 학교 교무보조원일 때 선생님들이 출석부를 잊으시면 반에 갖다 드리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꿈이 더 커졌습니다.
다음 해 조금 더 큰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가 되었습니다. 첫 수업반 교실에서 또박또박 싸인할 때 그 기쁨이라니! 세 학년 스물 세 반 수업하느라 바빴지만,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꽃씨 닮은 꿈을 떠올렸습니다.
손에 땀이 많아 늘 볼펜으로 싸인합니다. 어린 날 스승님처럼 위 칸엔 '漢' 쓰고 아래 칸에는 제 이름 중 한 글자를 차분하게 씁니다. 글씨가 잘 써지면 수업할 때 힘이 납니다. 늘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원격수업 싸인 마치고 교무실에서 찍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