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늘이 별이 된다면

by 스마일한문샘

사람들은 밝은 사람을 좋아합니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요. 십대 중반부터 여러 이유로 그늘이 많았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타고난 밝음, 자연스런 아름다움 가득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그럴 때 어떤 날은 달달한 걸 먹고 또 어떤 날은 글을 썼습니다.


중3 때 어둡던 일기장이 열일곱, 열여덟 지나면서 조금 밝아졌습니다. 작은수첩이라는 중간창구에 마음 털어내면 일기에는 다듬어 적었으니까요. 고3 때는 반 친구와 교환일기를 썼습니다. 따뜻하고 글 잘 쓰는 친구와 공책 주고받으면서 십대의 마지막 길목을 별빛으로 물들였습니다.


임용고사 길게 준비하고 일과 육아를 아우르면서 크고 작은 그늘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힘든 날은 글이 더 잘 써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을 아끼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가끔 실수하지만 바로잡으려 애쓰고, 쉬이 말하기보다 묵히고 다듬으며 귀기울이려 합니다.


너무 밝지 않고 마냥 어둡지도 않은, 그윽하고 따스한 별빛을 꿈꾸는 저에게 맹자의 천강대임론(天降大任論)은 또 다른 별입니다. "그러므로 하늘이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려주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로 시작되는 글은 읽을 때마다 마음이 뜁니다.


농사짓던 순임금, 성벽 쌓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부열, 생선과 소금 팔던 교격, 감옥에 갇힌 관중, 바닷가에 살던 손숙오, 시정에 숨은 백리해를 이야기하면서 맹자는 말합니다. "이는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을성을 길러 그가 할 수 없던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삶이 늘 밝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늘도 그 나름대로 품어 안는 방법을 배웁니다.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할 수 있는 일 하면서 제 속도대로 걸어갑니다. 가끔은 그늘을 재료삼아 글 쓰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늘도 별이 되겠지요?


* 인용한 글의 전문은 "순발어견묘지중(舜發於畎畝之中), 부열거어판축지간(傅說擧於版築之間), 교격거어어염지중(膠鬲擧於魚鹽之中), 관이오거어사(管夷吾擧於士), 손숙오거어해(孫叔敖擧於海), 백리해거어시(百里奚擧於市). 고천장강대임어사인야(故天將降大任於斯人也), 필선고기심지(必先苦其心志), 노기근골(勞其筋骨), 아기체부(餓其體膚), 궁핍기신(窮乏其身), 행불란기소위(行拂亂其所爲). 소이동심인성(所以動心忍性), 증익기소불능(增益其所不能)."입니다. 『맹자』 <고자장구(告子章句) 하편(下篇)> 열다섯 번째 글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습니다. "순임금은 밭에서 농사짓다 발탁되었고, 부열은 성벽 쌓는 공사장에서 등용되었으며, 교격은 생선과 소금 파는 곳에서 천거되었고, 관중은 감옥에서, 손숙오는 바다에서, 백리해는 시정에서 쓰임받았다. 그러므로 하늘이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려주려 할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의 마음과 뜻을 괴롭게 하고 근육과 뼈를 수고롭게 하며, 그 육체를 굶주리게 하고 몸을 궁핍하게 하여 그가 하는 일을 어긋나고 어렵게 한다. 이는 마음을 분발시키고 참을성을 길러 그가 할 수 없던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6년 전 봄에 옮겨 썼습니다. (2016.3.6)
이전 15화출석부 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