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말씀 : 두번째 이야기

by 스마일한문샘

친구가 SNS에 쓴 고3 담임선생님 이야기 읽다 또 다른 기억을 돌아봅니다. 스물두 살 늦여름, 친구가 선생님 뵈러 가는 날 따라가는데 교무실에 남아 일하시던 역사 선생님이 보입니다. 제가 한문학과 지망하는 걸 아시고부터 틈틈이 도움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던 어른이십니다.


학교 잘 다니는지, 한문 공부 열심히 하는지 물으셨던 듯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학생 때 듣지 못했던 말씀을 하나하나 풀어내십니다.

"왜 한문선생님이 되려 하는지 자신감과 목적, 실력을 가져라."

"언어는 변한다. 그 시대에 맞게 번역되어야 한다. 후대에 계속 한문을 가르쳐야 될 까닭이다."


그렇게 2시간 가까이 선생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대학 3학년이면 교재를 갖고 교수와 토론할 수 있을만큼 되어야 한다. 나름대로 텍스트를 정해서 수업 시간 이상으로 공부해라."에 부끄러웠지만, 국사 수업 중 한 시간 가까이 선생님 이야기를 들려 주신 그날처럼 뜨거운 무언가가 일렁였습니다. 집에 와서 수첩에 그때 그 말씀을 옮겼습니다. 1/3 가까이 까먹어 아쉽지만 기억나는 대로 한 자 한 자 썼습니다.


2년 뒤 아이러브스쿨, 동창찾기 열풍이 불었습니다. 모교 방에 역사 선생님께서 종종 쓰시는 글 보고 1998년 8월 29일 선생님 말씀 요약본을 조심스럽게 올렸습니다. 그 다음 날 선생님께서 A4용지 한 장 가까이 답글을 주셨습니다.

"놀랍게도 군을 만나서 가볍게 한 말을 잊지 않고 기록까지 해두었다니, 그만큼 절실했다면 참으로 다행이겠다. (중략) 내가 내 속에서 나의 은사를 발견하듯이 군의 속에서 나의 모습이 발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임용 재수하면서 도서관 컴퓨터로 그 다음 구절 읽다 멎어버렸습니다.

"부디 여러분은 말을 조심하라. 특히나 영향을 끼치기 쉬운 어린 사람에게는... 그대로 그의 인생이 될 수도 있으니까...."

선생님, 고맙습니다. 지금도 그 말씀 종종 찾아 읽습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그해 작은수첩이 안 보여 블로그에 옮긴 글 중 일부를 캡처해서 올립니다. 그때 수첩에 안 썼다면? 블로그에 안 올렸다면? 아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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