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한문강독(2)'. 『통감절요』 원문 외워 시험 봐야 하는 강의였습니다. "戊寅二十三年(무인/이십삼년)이라. 初命晋大夫魏斯趙籍韓虔(초/명/진대부/위사/조적/한건)하여 爲諸侯(위/제후)하다." 무인년인 주나라 위열왕 23년에 처음으로 진(晋)나라 대부 위사, 조적, 한건을 명하여 제후로 삼았단 말. 전국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이 구절부터 두 달 동안 배운 글을 달달 외워 시험 보는 일은 스무 살 우리에게 나름 큰 숙제였습니다.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 외우면 "통(通)!" 못 외우면 "불통(不通)!" 못 외우면 "통!" 될 때까지 계속 시킨다. 전설 같은 이야기를 차곡차곡 담으면서 외우고 또 외웠습니다. 학회에서 여름방학부터 공부해 내용은 어느 정도 알았으나 원문 외우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꼭 한두 글자 빼먹거나 몇 구절을 건너뛰어 처음부터 다시 외워야 했습니다. 누가 술자리에서 자기도 모르게 "무인이십삼년이라... 초명위사조적한건하여..." 했단 말이 돌았습니다.
드디어 시험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선생님 연구실에 가서 말씀하시는 부분을 외워야 했습니다.
"통했니?"
"아냐. 다시"
한 명 한 명 불려갈 때마다 올라가는 긴장감. 연구실 문 두드리고 선생님 말씀을 기다렸습니다.
"ㅇㅇ부터 외워라"
구절구절 외우는데 뒷머리가 시립니다.
"통!"
'통이다...' 시험 보는 동기들 있어 최대한 얼굴 표정 가다듬고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때 『통감절요』, 줄여서 『통감』 외우면서 한문 해석력을 기르고 중국 역사 이해하는 실마리를 배웠습니다. 가끔 한문 공부가 어려울 때 그해 가을 『통감』 첫머리를 다시 외워 봅니다. 쉽지 않은 과제를 여럿이 함께 해낸 기억이 잘 안 되는 일을 풀어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학생 때 본 책이 없어져 사진은 알라딘 중고서점 사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