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 교과서에 실린 대다수의 한시는 늙은이의 정서를 말하는 것입니다. 중고등학생 입장에선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요. 수업 때 아이들의 정서를 담은 시를 다루는 것도 좋겠습니다."
한문교재론 시간에 ㅅ선생님 말씀 듣다 '와!' 바로 옮겨 적었습니다. 선생님은 교육대학원 한 기수 선배님입니다.
처음 뵈었을 때 국어 선생님이 한문교육 전공에 오셔서 궁금했습니다. 답은? 공부가 좋아서! 국어교육 전공으로 대학원을 마쳤지만 한문이 좋아 다시 공부하신다는 말씀에 입을 딱 벌렸습니다. 게다가 한때 초등학교에 계셨다기에 알고 보니 제 모교! 제가 학교 다닐 때 근무하셨고 6학년 4반 담임선생님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선생님과 종종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늘 깊이 있는 발표자료로 강의 듣는 분들을 놀라게 하고, 한문 전공자들과는 또 다른 관점으로 통찰력을 나눠 주신 분. 오래 뵙고 싶었는데 선생님이 졸업하시고 저도 결혼, 임신, 출산하면서 소식이 끊겼습니다. 가끔 선생님이 쓰신 발표자료 읽으면 그때 그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듯했습니다.
2013년 복직연수 직전 담당 연구사님의 안내 문자를 받았습니다. 성함 보고 혹시나 해서 답장 드렸더니 ㅅ선생님! 두근두근두근......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연수를 기다렸습니다. 첫날, 한동대 김영길 총장님 전체강의 시간에 강사 소개하러 나오신 선생님이 보였습니다. 나긋나긋하면서도 카랑카랑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9년 전 대학원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ㅅ연구사님이 부탁하면 거절을 못하겠어요." 소박하게 웃으시던 총장님 덕분에 기분좋게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행사 진행 담당이라 바쁘셨던 선생님을 연수 중간에 잠시 뵈었습니다. 그새 방송대 중문과에 진학해 새로운 공부에 푹 빠졌다고 하십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공부를 사랑하는 ㅅ선생님. 지금 계신 학교에서도 그간 공부하며 누렸던 기쁨을 학생들, 선생님들과 마음껏 나누며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18년 전 메모입니다. 날짜는 가물가물...... 선생님 성함은 스티커로 가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