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꼬맹이 놀이터에 갔다 훌쩍 자란 졸업생을 만났습니다. 학교 선생님들, 그때 그 아이들 근황 주고받다 "그때 배운 결초보은, 어부지리 기억하고 있어요. 늘 단발머리에 주황, 핑크, 체크무늬 코트 입고 오신 것도요." "샘이 엄마라니 이상해요. 제겐 늘 ㅎ샘인데"
그랬습니다. 두번째 복직하면서 정원감축으로 학교 옮기고 중1 담임에 순회에 자유학년제까지 고단하던 나날, 2학년 수업 가면 쉬는 것 같았습니다. 두 반뿐이라 한 명 한 명이 더 크게 다가오던 2005년생, 그 가운데 11월 어느 날 놀이터에서 만난 아이가 있었습니다.
짧은 만남 돌아보다 그때 그 시간들을 하나하나 기억함에 놀라며 스승의 책무를 생각합니다. 아이가 반듯하고 수업 잘 듣는 학생이기도 했지만 3년 전 자잘한 순간을 마음에 담았다면 선생의 자리는 얼마나 큰가요. 그러고 보니 저도 학생 때 수업은 가물가물한데 은사님들 말씀이며 크고 작은 일들은 종종 떠오릅니다.
한동안 수업일기가 밀렸습니다. 수업이 잘 된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시간이 지나 순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그때는 버겁던 순간이 있습니다. 어떤 날이든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그 하루하루가 차곡차곡 남는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후회할 일 줄이고 좋은 기억 쌓아 가는 선생이고 싶습니다.
그날 놀이터. 막내가 찰칵! (202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