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 훈련

by 스마일한문샘

고등학교 게시판에 3월부터 11월까지 고사성어 썼는데 2월에 한 번 더 썼습니다. 윤리선생님께서 도연명의 권학문을 권해 주시고 좋은 글귀 알면 쓰라고 하십니다. 한문 상, 하 교과서 다 찾아도 더 좋은 구절 없어 오랜만에 쓰는데 지나가던 여중 아이들이 "작년에 쓰던 언니는 대빠리* 잘 썼는데......" 영어숙어 쓰던 친구인지 저인지는 모르지만 칠판 글씨가 참 안 좋아졌다 싶었습니다.


그 뒤로 들쭉날쭉하던 한자 글씨는 아이들 낳고 키우면서 한동안 흔들렸습니다. 손가락 관절이 옛날 같지 않아서요. 특히 볼펜 들고 오래 쓰면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부쩍 당깁니다. (플러스펜으로 쓰면 조금 낫습니다.) 또박또박 힘 주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마음 다해 쓰려 합니다. 수업 한 번 마치면 팔이 아픈데 "샘 글씨 잘 쓰셔요" 아이들 한 마디에 힘을 내곤 했습니다.


온라인 수요예배 시간. 아이 보며 집중하는 일이 만만치 않아 가끔 마음 어지러우면 설교 메모하는 틈틈이 한자 쓰며 가라앉힙니다. 오늘따라 글씨가 영 그렇습니다. 일기 쓸 때도 다른 날보다 길었더니 위팔까지 뻐근했다는...... 원격수업 오래 하면서 칠판 글씨 쓸 일 줄어 더 그랬을까요. '더 건강할 때 부지런히 읽고 쓰며 공부해야겠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재활 훈련하듯 한 자 한 자 반듯하게 썼습니다. 학교 가면 칠판 글씨도 연습해야겠습니다. 28년 전 새해 첫날 빈 교실에서 또박또박 쓴 것처럼.


* 대빠리 : '대끼리'의 다른 표현. '매우 좋음'을 뜻하는 부산 말입니다.

그때 윤리선생님께서 주신 글을 일기장에 옮겼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1995.2.20)

* 게시교육 관련 예전에 쓴 글입니다.

https://brunch.co.kr/@hanmunlove/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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