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글씨 변천사

by 스마일한문샘

역시 재작년 추석연휴 전날 2학년 등교수업. 학습지 도장 찍으면서 보니 한자 글씨 예쁜 학생들이 제법 보입니다. ㅇㅇ이는 붓펜, ㅇㅇ이는 볼펜 없어 죄송하다며 컴퓨터용 수성싸인펜으로 쓰는데 어찌 그리 고운지요.


학습지 돌려 주면서 아직 찬찬히 쓰는 아이들에게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 반에 한자 잘 쓰는 친구들이 참 많네요. 저 중학교 때보다 훨씬 낫습니다. 혹시 글씨 잘 안 써져도 차근차근 연습하면 언젠가는 잘 쓰게 될 거예요. 저도 여러분만할 때는 한자 글씨가 안 좋았거든요."


그랬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반듯반듯하던 글씨가 자라면서 흐트러져 예쁘고 깔끔하게 필기하는 친구 보면 부러웠습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그저 그렇던 한자 글씨가 달라진 건 앞반 한문선생님과 한자 잘 쓰는 친구들 덕분입니다. 그리고 게시교육.


"우와! 한자 글씨 언제 이래 늘었어?"

"울 반 한문선생님(제 은사님과는 다른 분)이 이렇게 시키셨어. 너도 해 봐."

칸 공책에 한자를 연필이나 볼펜으로 한 칸 가득 채워 쓸 것. 한 획 한 획 그을 때마다 손에 힘 주고, 샤프는 절대 쓰지 말 것. 그렇게 쓰다 글자가 네모나게 틀이 잡히면 글씨 크기 줄일 것.


친구 말대로 했더니 한자 글씨에 조금씩 틀이 잡혔습니다. 거기에 같은 반, 같은 동아리였던 또 다른 친구가 궁서체로 한자 쓰는 거 보면서 저도 그렇게 잘 쓰고 싶었습니다. 한문 숙제할 때 조금 더 공들이고 가끔 반 칠판에 한 자 한 자 쓰다 2학년이 되면서 학교 게시판에 고사성어를 썼습니다. 동아리 친구는 영어 숙어 쓰고 토요일 오후마다 서로 글씨 봐 주면서 조금 더 늘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들 낳고 키우면서 손가락 관절이 예전 같지 않아 한자 쓸 때 힘이 덜 들어가지만, 그래도 한 자 한 자 쓰다 보면 마음이 맑고 평온해집니다. 글 쓰면서 지난 수업공책 찾아보니 그때는 부수도 표시하며 썼습니다. 2학기 첫 단원부턴 다시 그래야겠습니다.

고등학교 입학식 다음날 한문 수업. (1993.3.5.금)
친구 덕분에 1학기보다 한자 글씨가 조금 늘었습니다. (1993.10.22.금)
게시교육 한참 쓸 때 글씨. (1994.10.24.월)
스물 두 살 어느 날 다이어리에 썼습니다. (1998.8.18.화)
큰 아이 출산휴가 직전 수업 준비. (2008.3.12.수)
5년 휴직 후 복직한 학교에서. 여름방학 때 2학기 준비하며 썼습니다. (2013.8.6.화)
늘 닮고 싶은 은사님 글씨. (1994.5월 첫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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