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망대해 : 그때 그 바다

by 스마일한문샘

부산에서 자란 제게 바다는 넓고 깊은 그리움입니다. 집에선 용두산공원까지 보이는데 산복도로 가면 부산대교 품은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맑은 날은 새파래서 좋고 흐린 날은 그 나름의 편안함에 푹 젖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구덕운동장 가까운 곳에 학교가 있어 푸른빛이 잘 안 보였습니다. 뭔가 막힌 아쉬움은 190번 버스 타고 내리는 길목에서 달랬습니다.


바다가 잘 보이는 고등학교에서 3년 내내 등불 닮은 설렘을 품었습니다. 야간자율학습할 때 저녁 먹고 본관 옥상에서 어스름이 내려앉는 바다를 보면 어떤 날은 푸근하고 또 어떤 날은 싱그러웠습니다. 스물 한 살 만우절이었던가요. 13번 버스 타고 태종대 자갈밭에 한참 앉았습니다. 햇빛 반짝이는 그 바다가 왜 그리 반갑고 정겹던지요.


친정에 다녀왔습니다. 코로나가 다시 돌아 멀리는 못 가고 가족들과 송도에 케이블카 타러 갔습니다. 날이 흐려 진한 파랑보단 옥빛에 가깝지만, 넓고 넓은 바다 보니 마음이 탁 트입니다. 한참 들떠 사진 찍는데 일곱 살 꼬맹이가 "와~ 바다다!" 꼬꼬마 때 코로나 시기 지나 언니들과 달리 바닷물에 퐁당퐁당한 기억이 없어서 더 즐거웠던 듯합니다.


바다가 잘 안 보이는 곳에 돌아와 가끔 사진을 열어봅니다. 어떤 이에게는 생업의 터전이고 8년 전 4월 이후 우리 나라 현대사에 큰 슬픔으로 남은 공간이지만 지금도 말없이 흐르는 바다. 한없이 넓고 아득해 옛사람이 '망망대해(茫茫大海)' 네 글자로 마음 담은 바다에 앞으로는 행복한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올 때는 날씨가 맑았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 망망대해(茫茫大海) :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

케이블카 안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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