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이 나흘 남았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엄마가 보온도시락에 담아 주신 새우볶음밥이 떠오릅니다. 시험 끝나고 부원에서 엄마와 함께 먹은 우동도, 결과 나올 때까지 두 달 가까이 마음 졸이시던 엄마 눈빛도.
그해 엄마는 지금의 저보다 젊으셨습니다. 낮에는 제과점 사장님 댁에서 10년 넘게 집안일을 하셨고요. 오빠는 군대 갔지만 저와 고1 동생까지 새벽밥 먹이고 도시락 네 개 싸느라 엄마는 늘 아침잠이 모자랐습니다.
학교와 학과는 미리 정했으나 시험이란 알 수 없는 것. 수능은 그런대로 보았는데 본고사 논술 답안을 제대로 못 썼습니다. 눈이 붓도록 울고 또 울던 날 담임선생님 전화, "ㅇㅇ대 한문학과 면접 가라. 어머님이랑 원서 썼다."
원서값이 비싸 하나만 넣었더니 엄마가 저 몰래 한 곳 더 쓰셨답니다. 두 학교 다 ARS로 "합격입니다" 소식 듣던 날, 1년 동안 별말 없이 동고동락하던 엄마도 웃음 반 눈물 반 희미하게 웃으셨습니다.
주변에 수험생 학부모님이 여러 분 계십니다. 저도 언젠가는 아이들 입시를 지켜보겠지요. 묵묵히 밥이랑 간식 챙겨 주고 이런저런 고민에 귀기울이며 어쩌면 자녀보다 더 바쁘고 고단하셨을 부모님들을 축복하며 응원합니다.
* 동고동락(同苦同樂) : 괴로움과 즐거움을 함께 한다는 말입니다. 같이 고생하고 같이 즐기고!
수능날도 맑고 따스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