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상우 : 도서관 여행자

by 스마일한문샘

1주일에 한 번 교회 도서관에 갑니다. 꼬맹이 덕분(?)에 책은 거의 못 읽지만 책장 앞에 서면 겸손해집니다. 오랜 책, 다양한 작가들의 이름만으로도 세상은 넓고 배울 것은 많습니다. 제가 읽을 책과 아이가 고른 책을 대출하고 따스한 햇살 받으며 걸어갑니다.

제 인생의 첫 도서관은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한켠입니다. 읽을 게 많지 않던 시절 과학실 자리에 새로 온 책의 숲이 반갑고 신기했습니다. 도서부에 지원해 계림문고와 여러 책을 아껴 읽었습니다. 에이브 시리즈 중 『얀』, 반 룬의 『성경 이야기』를 오래 기억합니다.


중학생이 되고서는 학교 근처 구덕도서관에 아주 가끔 갔습니다. 『대지』와 『젊은 그들』, 『안네의 일기』, 여러 양장본에 푹 빠졌습니다. 고등학교 와선 대청공원(지금은 부산민주공원) 안 중앙도서관. 집에서 먼 곳이라 대출하기보다 그 자리에서 읽은 책이 많습니다.


스무 살. 흔히 '중도'라 불렀던 학교 안 중앙도서관을 잊지 못합니다. 『토지』와 『동주 열국지』, 『한시 미학 산책』, 그리고 책의 향연들. 넓은 학교 있을 때는 학교 도서관보다 학교 옆 도서관이 가까웠습니다. 아끼는 책을 가방에 채워넣으면 퇴근길이 더 가벼웠습니다.


어린 날 제 방에서 이불 덮고 새벽 두세 시까지 책 보면 세상을 다 얻은 듯했습니다. 어른 되어 찾아가는 도서관에서도 그렇습니다. 흘러온 사람들의 손과 마음이 반짝이는 그곳에 가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여행 온 것 같습니다. 책과 함께 옛 사람을 만납니다.


* 독서상우(讀書尙友) : 책을 읽으면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옛 사람을 벗으로 삼는다는 말입니다. 『맹자』 <만장(萬章) 하(下)> 편에 "천하의 훌륭한 선비를 벗으로 사귀어도 부족하다 생각하면 또 위로 올라가서 옛 사람을 논하지. 그 사람의 시를 외우고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람을 모르면 되겠는가? 이런 이유로 그 시대에 그 사람이 한 일을 논하니, 이것이 위로 올라가서 (옛 사람을) 벗으로 삼는 것이네.[友天下之善士, 爲未足, 又尙論古之人. 頌其詩, , 不知其人, 可乎? 是以, 論其世也, 尙友也.]"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희는 주석에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습니다. "상(尙)은 상(上)과 같으니, 나아가서 올라감을 말한 것이다.[尙上同, 言進而上也.]", "그 시대를 논한다는 것은 그 당시 행한 일의 자취를 논하는 것이다.[論其世, 論其當世行事之迹也.]" 번역은 『현토완역 맹자집주』(성백효) 440쪽과 『오늘을 읽는 맹자』(임자헌) 301~302쪽을 참고하여 다시 했습니다.

휴직 중 꼬맹이 어린이집 적응 기간에 잠시 들렀습니다. 복직하면서 그 도서관 옆 학교에 발령받아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201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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