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앓으니 집안일이 밀렸습니다. 청소와 설거지는 가족들이 분담하는데 빨래는 답이 안 나옵니다. 근무조는 다가오고 산 같은 빨래가 내내 마음쓰여 손빨래할 것부터 한곳에 모았습니다. (5인 가족이라 손세탁할 옷이 은근히 많답니다.) 출근 앞두고 체력을 아껴야 하니 다는 못하고 한 번에 조금씩.
한 이틀 교통정리했으니 세탁기 돌릴 시간. 빨래가 많아 바로 돌릴 건 세탁기에 넣는데 반 넘게 찼습니다. 주중에 비 소식이 있지만 때 되면 마르겠지요. 하나하나 걷어 널고 다 못 넌 건 방바닥에 펴니 비가 쏟아집니다. 큰비 들이붓는 불면의 밤, 창문 닫고 빨래바구니를 봅니다. 그새 더 쌓였어도 '날 밝으면 하지!'
언제부턴가 비가 와도 세탁기는 돌려야 한다는 걸 알았습니다. 날이 눅지다고 하루 이틀 미루면 밀린 빨래가 묵직한 짐이 됩니다. 잘 미루는 사람이었는데 세 아이 돌보고 부장 업무 하면서 조금 부지런해졌습니다. 미리미리 일찌감치, 할 수 있는 일은 그때그때 하기. 스물 두 살 겨울에 시간관리 책에서 읽은 글을 이제야 실천합니다.
신경치료 경험담 <발본색원 : 올 것이 온 날>에 선생님 한 분이 답글을 주셨습니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럴 때 쓰는 한자성어는 뭘까요?" 순간 "지금 떠오르는 건 유비무환(有備無患)인데 더 찾아보겠습니다." 넉 달 전 드린 글을 이제야 맺으며 개학 앞두고 한 번 더 새깁니다.
* 유비무환(有備無患) :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상서(尙書)』 <열명(說命)> 중편(中篇)에서 상(商)나라 부열(傅說)이 무정(武丁) 임금에게 아뢴 말 중 "모든 일은 다 준비해야 하는 것이니, 준비가 있으면 근심이 없게 될 것입니다[有事事(유사사), 乃其有備(내기유비), 有備無患(유비무환)]."에서 유래했습니다.
글 쓰고 1시간 간격으로 오는 안전 안내 문자와 호우특보 관련 뉴스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습니다. 들이붓는 비가 빨리 그치기를, 더 이상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