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진짜 많이 바꼈다!"
중구청 앞 내리막길 지나면서 친구와 오랜 기억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8년, 친구는 23년만에 찾은 모교는 교문부터 달랐습니다. 초록 바탕에 금빛 글씨로 학교 이름 담은 세로줄 현판을 기억하는 제게 대리석에 새긴 가로줄 검은 글씨는 다시 봐도 낯설고 산뜻합니다.
10여 년만에 친구와 시간을 맞췄습니다. 친정 가까운 곳에서 따뜻한 차 마시고 "학교 가자!" 정문에서 주차장 지나 굴다리 가는 길은 더 넓어 보입니다. 별관 굴다리와 만리장성*은 그대로, 매점 자리도 그대로입니다. 굴다리 안에 붙은 학교 70년사 사진 보니 지구과학 선생님이 보입니다. 교생실습 때 교감선생님이셨는데 시간이 제법 흘렀습니다.
굴다리 지나 운동장. 몇 년 전만 해도 형광청록, 상아색이던 건물이 희고 붉고 파랗습니다. 무용실 있던 곳은 급식실이 되었고 고2 때 고사성어 쓰던 게시판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진 듯합니다. 그래도 학교 너머 보이는 용두산공원과 넓고 아득한 바다 앞에서 잠시 열여덟, 열아홉 초록 교복 입던 나날로 돌아갔습니다. 바닷바람 맞으며 어깨 펴고 친구와 인증샷을 찍었습니다. 어린 날과는 또 다른 설렘으로.
더 많은 세월이 지났을 때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는 우리도 학교도 또 다른 모습이겠지만 한 해 두 해 차곡차곡 쌓은 기억들이 어른으로 사는 날을 더 밝고 따스하게 하겠지요. 운동장에서 체육관으로 내려가는 길, 등나무 계단에서 밝게 웃는 친구 사진 찍으면서 싱그럽고 행복했습니다. 같은 곳에서 친구가 사진으로 담아 준 저도 씨익 웃습니다.
* 별관 바깥 벽돌 붙은 계단을 만리장성이라 했습니다.
* 상전벽해(桑田碧海) : 뽕나무밭이 변하여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세상 일에 변천이 심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진으로 남은 풍경. 오래 전 졸업앨범에서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