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님 사진을 몇 장 갖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소풍날 친구가 선생님과 찍어 준 사진이 있습니다. 우리 반 단체사진 속의 선생님은 조금 더 편안해 보입니다. 근엄하고 단정하면서도 맑음이 묻어나는, 중간 담임 9일차 선생님이 계십니다.
시간이 흘러흘러 서른이 되었습니다. 결혼식날 오셨으나 조금 늦고 일찍 가셔서 못 뵈었는데, 스냅사진 보다 마지막 장에 젖어들었습니다. 식장 맨 뒷자리 여러 하객 사이에서 밝게 웃으며 박수쳐 주시는 스승님이 보입니다. 13년 전 사진과는 또 다른 맑음.
재작년 겨울에 친정 갔다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보았습니다. 무심결에 넘기다 저도 몰랐던 은사님의 젊은 날을 보았습니다. 우리 학교 오신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찍으셨을 교직원 앨범 사진. 안경 너머 차분하게 다가오는 눈빛을 돌아보면 스스로를 더 가다듬게 됩니다.
제 안에 맑음이 있다면 어린 날 은사님께 받은 영향이 큽니다. 그 맑음을 선하게 나누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사진 대신 글씨! (1994년 5월 첫 주 게시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