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자헌의 『나의 첫 한문 수업』(2022)

첫마음을 향한 울림

by 스마일한문샘

읽은 날 : 2022.9.16(금)~9.20(화)

쓴 날 : 2022.9.29(목)

면수 : 240쪽


#1 복기 : 어떻게 한문을 만났더라


임자헌 작가님 글을 좋아합니다. 명랑함과 유쾌함, 틀에 얽매이지 않는 울림에 읽는 저도 밝아집니다. 한문 특유의 엄숙함을 넘어 옛날과 오늘을 넘나드는 작가님 책을 아껴 읽는데 이번 책에서 그 이유를 조금 알았습니다. 한문이 아닌 심리학을 전공하고 도예 관련 잡지에서 일하다 뒤늦게 빠져든 한문의 세계. 대학원 제2외국어 시험 과목으로 준비하던 한문이 평생의 업(業)이 되기까지 얼마나 큰 고민과 잦은 망설임이 있었을까요.


저는 고1 때 한문을 만났습니다. 원래 좋아하는 과목이었지만 여린 질문에 귀 기울여 답하시는 은사님 덕분에 한문교사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1년 가까이 남몰래 흔들렸고 그러면서도 학교 한문 수업과 EBS 교양한문 방송은 꼬박꼬박 들었습니다. 길을 정한 다음에는 한문학과, 합격하고선 교직 이수와 임용고사를 향해 바지런히 달렸습니다. 가끔 첫마음이 아득할 때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작가님 글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2 축적 : 쌓아가는 데도 과정이 필요


스무 살 여름에 도서관에서 살았습니다. 과 학회, 교회 수련회, 아르바이트 없는 평일에 『통감절요』 예습하면서 한문 원문 읽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모르는 한자는 자전으로 찾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이야기 중국사』 1권과 선배들 도움 받으면서 안 보이던 글이 열렸습니다. 그때 낯선 글을 겁없이 읽는 용기를 배웠고, 『토지』 완독한 경험과 함께 어려운 과제 앞에 당당하게 다가서는 힘을 얻었습니다.


임용고사 4수할 때 민족문화추진회(현 한국고전번역원) 계약직 원서를 넣었습니다. 서류심사는 통과했는데 필기시험에서 꽈당! 다행히 1년 기간제 교사 자리를 얻었지만 그 일로 더 넓고 깊은 공부의 세계가 필요하겠다 생각했습니다. 고전번역원 연수원, 상임연구원에서의 하루하루를 읽다 "공부 그 자체를 선택하면 어쩔 수 없이 쏟아야 하는 시간이 있다."(66쪽)에 마음의 밑줄을 그었습니다. 조금 더 세밀하고 진득하게 옛글 공부하고 싶은 바람과 함께.


#3 꿈 : 과거와 지금을 잇는 다리가 되는


마지막 글이 오래 남아 여러 번 읽었습니다. "내 번역과 번역을 통해 알게 된 옛 세상과 오늘의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 나의 글에 이런* 가치가 녹아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온 힘을 다해 공부한다. 주어진 기회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이 꿈이 세상에 전달되기를 바란다."(239쪽) 처음에는 '옛 세상과 오늘의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는'의 울림이 컸습니다. 다시 읽는 지금은 '온 힘을 다해'에 마음이 뜁니다.


저의 꿈은 사람들이 어려운 한문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열일곱 살 어느 날부터 품은 꿈에 나이를 먹으면서 배운 대로 살고 사는 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묵직함이 얹혔습니다. 긴 육아휴직으로 학교 밖에서의 삶을 미리 경험한 만큼 정년 이후에도 공부하는 사람, 한문을 즐겁게 배우고 나누는 사람으로 살아가고픈 반짝임이 있습니다. 그 꿈에 진한 울림을 더하는 책을 만나 읽는 내내 따뜻했습니다.


* 이런 : 인(仁 : 사람에 대한 사람다운 사랑)하고 의(義 : 사람다운 사랑의 현실적 실천)로운. 238~239쪽을 요약했습니다.


<마음에 남은 글>


꼼꼼하게 배워가는 한문은 재미가 있었다. 24쪽


행간에서 시간의 여유를 읽을 수 있다면 이 구절은 진짜 멋진 구절이 된다. 71쪽


성독은 오래오래 글을 읽는 데 도움이 된다. 모든 외국어는 소리 내어 많이 읽으면 문장을 내 것으로 흡수하기 쉽다. 언어이기 때문이다. 말이 먼저 있고 그 후에 그것을 정착시키기 위해 글이 만들어졌다. 말을 할 수 있도록 그 언어가 입에 올라야, 즉 입에 익숙해져야 한 수준 위로 올라갈 수 있다. 한문이 현재는 쓰지 않는 언어이지만 외국어인 것은 맞다. 그러니 한문을 잘 익히기를 원한다면 많이 소리 내서 읽어야 한다. 눈으로만 보아 익히는 것은 소리 내서 들으며 익히는 것보다 속도가 훨씬 더디다. 79쪽


전통은 반드시 이어져 내려온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의 효율도 없는데 지속되었을 리 없다. 80쪽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인仁, 즉 '사랑'이다. 180쪽


하나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것이 필요했다. 229쪽

- 수업할 때마다 절실히 느끼는 부분입니다. 글 쓸 때도 무언가를 명료하게 표현하려면 마음쓸 부분이 보입니다.


번역가가 꿈이었던 적은 없다. 우연히 한문이 보였고, 생각보다 재미있기에 뛰어들었다. 뛰어들고 보니 그래도 내가 '한문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되어야 투자한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상임연구원까지 도전해 번역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중략) 작가가 되고 보니 공부해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아졌다. 최소한 거짓말이나 거짓을 참인 양 말하는 사람은 되지 않기 위해 힘닿는 데까지 공부하고 있다. 돌아보면 조금이라도 살짝 보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그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살아온 것이 지금까지의 내 이력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237~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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