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이름

by 스마일한문샘

1낭 34. 저의 고등학교 첫해 학번입니다. 입학할 때 '1학년 낭반'에 잘못 들었나 싶었는데 맞답니다. 아씨 낭(娘) 아닌 밝을 낭(朗). 다른 반도 나름 뜻이 있었습니다. 참 진(眞) 착할 선(善) 아름다울 미(美) 벗 우(友) 사랑 애(愛) 어질 인(仁) 곧을 정(貞) 순할 순(順) 효도 효(孝) 맑을 숙(淑) 공경할 경(敬).


입학 첫 주 한문시간에 '南星女子高等學校(남성여자고등학교)' 한자를 배웠고, 암호 같던 '진선미우애인정순낭효숙경'도 자주 듣다 익숙해졌습니다. 밀히 말하면 '진선미우/애인정순/낭효숙경'인데 저는 늘 '진선미우애/인정순낭/효숙경'으로 외웠습니다. 중학교에서 같이 온 절친이 인반, 저는 낭반이라 인반에도 종종 놀러 갔습니다.


1학년 낭반은 본관 3층 끝 교실이었습니다. 다른 반보다 넓고 정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었습니다. 그곳에서 문교사를 꿈꾸었고 겨울방학 보충수업 없는 날에는 칠판에 교과서 본문 쓰며 수업하듯 조곤조곤 이야기했습니다. 별관 2층 귀퉁이 2학년 숙반, 다시 본관 4층으로 돌아온 3학년 인반에서 따뜻한 여름과 시원한 겨울 지내며 가열차게 공부했습니다.


올해 초 한문교사 단톡방에서 우연히 반 이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교에 계신 선생님 말씀, "지금은 학생 수가 줄어 낭효숙경은 전설의 이름이 되었답니다." 하긴 제가 다닌 초등학교도 한 학년에 한 반만 있으니...... 훌쩍 자라 그때 선생님들만큼 나이 먹은 요즘도 반 이름이 또롱또롱 떠오릅니다. 그곳에서 잊지 못할 3년을 보냈으니까요.

2014년 1월에 찍은 학교. 지금은 본관 건물이 상아색이랑 청록색이라는데 저는 아직 이 풍경이 더 익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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