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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5. 2022

안대회 외 4인의 『청장관 이덕무 연구』(2019)

뜻깊고 고마운

읽은 날 : 2019.10.14(월)~10.26(토)

쓴 날 : 2019.10.27(주)

면수 : 425쪽

 

이덕무 아끼는 분들께 고마운 책이 나왔습니다. 학술서적이라 쉽지는 않으나 그를 새롭게 만나고 이해하는 일에 뜻깊은 전환점이 될 만합니다. "이덕무는 사회와 경제, 정치 등의 분야에서 제기한 학문적 성과는 약하고 오히려 문학의 영역을 중심으로 박물학, 편찬사업, 고증의 분야에서 그만의 독특한 업적이 빛을 발산하였다."(10쪽) 이에 따라 선생님 다섯 분이 연구하고 정리한 이덕무는 시인이면서 비평가이고, 서정적인 산문작가이면서 박물학자입니다. 청령국지사소절에서 알 수 있듯 국제 정세에 밝으면서 윤리적이기까지 합니다.

 

저는 2장 '이덕무 필기소품의 작품 세계'를 가장 관심 있게 보았고 다른 부분도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시인 이덕무는 진실한 감정을 맑고 새로운 언어로 조물주의 비밀을 드러내듯 섬세하게 풀어내는 사람입니다. "이와 같은 참신하고 멋진 발상과 표현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오거나 예전 작가의 표현을 빌려온 것이 아니다. 평소에 느끼고 생각해두고 발견하고 고민하던 자연 속 사물과 현상에 대한 '오묘한 깨달음'의 결과이다."(66쪽) 그는 젊은 시인들을 가르치는 교사였으며, 종북소선에 나타난 것처럼 비평에도 탁월했습니다.

 

이덕무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책 읽고 공부하며 생각을 깊고 넓게 다듬었습니다. 18살 때 쓴 무인편, 23살에 쓴 세정석담처럼 젊은 시절에 기록한 글은 학문을 하고 선한 사람이 되는 일에 좋은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글처럼 살고 사는 대로 쓰던 이덕무는 공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저서를 통해 자신을 후세에 전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어리석은 헛수고에 불과하며 '자오(自娛)'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158쪽) 읽는 내내 '자오' 두 글자가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소유욕에서 벗어나 읽고 쓰는 자체를 즐기는 삶!

 

이덕무를 나름 안다 싶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얼마나 더 읽고 배워야 그를 온전히 알까요. 『청장관전서 정고본이 버클리대학 아사미문고에 있고 한국문집총간 책은 규장각에 소장된 사본인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집담회에서 나온 말씀처럼 좋은 정본과 재번역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적극 동감합니다. 347~356쪽 <청장관 이덕무 연구 논저 목록>과 357~371쪽 <청장관 이덕무 연보>는 읽고 다시 읽어도 가슴 뛰는 자료입니다. <이덕무의 관독일기에 나타난 자아상>과 필기의 관점에서 본 『이목구심서 연구는 꼭 찾아 읽고 싶습니다.

 

<마음에 남 글>

 

의욕이 결과를 그대로 낳지는 않는다. 더구나 지금까지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정도의 큰 혁신은 의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꿈을 실현하려는 방법을 찾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37쪽, 안대회 

 

나는 진실한 감정을 쏟아내고자 애쓰기 때문에 가슴 속에서 솟아나지 않은 글이 없을 뿐이다. 43쪽, 이덕무, 『이목구심서 1

 

내리쬐는 햇살 아래 바닥까지 보일 것만 같은 맑디맑은 투명한 강물과 그 속에서 헤엄치는 작은 생명의 생태는 자연의 영롱한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63쪽, 안대회

 

이덕무는 세월의 빠른 흐름 속에서 바른 정신을 지키면서 살아가기 위해 책상 위 메모장에다가 날마다 하루하루의 다짐을 적고 또 적었다. 89쪽, 정우봉

 

적(適)이란 즐거움이며 편안함이니, 나의 인생을 즐기고 나의 분수를 편안히 여긴다는 뜻이다. 114쪽, 이덕무, <적언찬>

 

불평과 불만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웃음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데에서 이덕무 청언의 특징이 자리하고 있다. 126쪽, 정우봉

 

이덕무의 박물학에서는 지식에 대한 사랑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고, 자신에 대한 사랑이 타자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진다. 142쪽, 김대중

 

이 붓과 벼루로 이 <『양환집 서문>에 이렇게 붉은 글씨로 비평을 하면서 이렇게 무수한 '나'라는 글자를 적고 있는 사람, 이 사람이 '진정한 나'이다. 151쪽, 이덕무, <『양환집 서문>에 대한 비평

 

이규경의 진술에 따르면, 이덕무는 빠르게 잔글씨를 씀으로써 필사의 신속성과 공책지의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육서(六書)의 법도를 따름으로써 엄정하고 단정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164쪽, 김대중

 

효효재(嘐嘐齋) 김공(金公 : 김용겸金用謙)은 머리가 하얀 노경에도 배우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가르쳐 주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175쪽, 이덕무, 『사소절

 

이덕무 같은 서얼 지식인에게 '자국사 정리'는 단지 학술적 당위성을 가질 뿐 아니라 그 당시 주류 질서에 편입한 양반 사대부가 도외시했지만 오히려 중요한, 일종의 학문적 틈새시장 같은 것이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덕무는 자국사 정리 작업에 적극 나섬으로써 그 당시 양반 사대부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185쪽, 김대중

 

젊은 시절부터 이덕무는 가난해서 장서를 갖추지 못한 것과 훌륭한 사우(師友)의 교도(敎導)가 없는 것에 절망했다. '지식 공유'를 통해 이덕무는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박학다식한 서얼 지식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99쪽, 김대중

 

일본은 교활하고 사나우며 우리의 강한 이웃이다. (중략) 천하의 사변은 무궁하고, 환란은 소홀히 하는 데서 생기니, 평상시 무사할 때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 258쪽, 이덕무, <병지비왜론(兵志備倭論)>

 

이덕무는 일본의 우수한 문물을 수용하지만 일본이 조선을 다시 침략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해서는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았다. 이덕무가 『청령국지를 편찬한 것은 조선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259쪽, 김문식

 

규범이 세워지는 상황은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265쪽, 정호훈

 

이 책(『사소절)에서 이덕무가 인용하는 자료, 등장하는 인물, 이덕무의 경험 사실과 느낌은 무척 다양하고 풍부하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많은 책을 읽으며 쌓아 둔 기록 또는 생각들이 그 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268~269쪽, 정호훈

 

『사소절에서는 빈곤에 대처하면서도 학문에 정진하는 일, 이 두 가지를 사의 정체성을 지키는 과제로 삼았다. 293쪽, 정호훈

- 『사소절이 서족의 가훈서라는 관점(282쪽)에 놀랐습니다.

 

독서와 근로를 축으로 하여 '사'의 본분을 모색하고자 한 것은 그러한 가운데서 무너지지 않고 자기를 유지하기 위한 분투였다. 295쪽, 정호훈

 

사람은 재주가 없는 것을 근심할 것이 아니니, 지식이 진전되면 재주도 진전된다. 도량이 없는 것을 근심할 것이 아니니, 견문이 넓으면 도량도 넓어진다. 모든 것이 배움에서 얻어진다. 320쪽, 이덕무, 『사소절 

- 명나라 선비 고반룡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광범위한 독서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동아시아 3국에 걸쳐 일어나는 새로운 변화를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었던 예민하고 박식하며 인정미 넘쳤던 서족(庶族)의 사 이덕무는, 그 많은 요소를 아우르며 새로운 도덕의 규범을 고민하고 제시하고자 했다. 339쪽, 정호훈

 

독서는 기본적으로 책을 읽는 행위인데, 세상을 관찰하고, 그것을 정리하는 것도 독서일 것 같아요. 400쪽, 정호훈 

 

『사소절의 사소한 얘기들은 사람을 구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롭게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고 봅니다. 403쪽, 정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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