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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박동욱의 『너보다 예쁜 꽃은 없단다』(2018)

부모님 마음을 만나다

읽은 날 : 2018.5.25(금)~5.27(주)

쓴 날 : 2018.5.29(화)

면수 : 212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엄마 생신이라 부산 다녀왔습니다. 며칠 전부터 "뭐 먹고 싶어? 고기 볶아 줄까?" 물으시던 엄마, "망개떡 한 되 했다. 아빠가 너희 오는데 떡은 있어야 하지 않냐고 하셔서." 결혼기념일에 남편 말, "장인어른이 맛있는 거 사 주라고 전화하셨어요." 엄마와 전화하면 기본 10분이지만 아빠는 거의 1분입니다. 그래도 친정 갈 때마다 그간 모은 <정민의 세설신어> 챙겨 주시고, 카톡으로 아이들 사진 드리면 가끔 답장 보내시는 아빠.


너보다 예쁜 꽃은 없단다는 딸 아빠들 한시 모음입니다. 2남 1녀 중 둘째면서 딸만 셋이라 '조선시대 딸바보들 이야기'에 귀가 쏘옥! "흔히 사극에서 보였던 딸아이에 대한 부모의 무관심과 편견이 사실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문집에 실린 딸에 대한 기록들을 하나둘 모으기 시작했다."(4쪽)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 한시 한 편 번역하고 평설하며 작가님이 얻은 결론은? "예나 지금이나 딸은 사랑스럽고 애틋한 존재였다."(4쪽)


"자식 위한 한평생 근심 같은 건 / 날 때부터 시작이 되는 것이니 / 근심 걱정 잠깐 동안 접어두고서 / 너의 재롱 보면서 즐기려 하네"(36쪽, 박윤묵) 어릴 때 저는 재잘재잘 수다쟁이였답니다. 일곱 살 어느 날 아빠'잔소리'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하실 정도로요. 가끔 아이들 얼굴과 목소리를 휴대폰에 담으면서 씨익 웃습니다. 오래 전 부모님도 그러셨겠지요? 필름카메라와 카세트 플레이어가 스마트폰으로 바뀌었을 뿐.


"아이가 재롱 떠는 것도 잠깐이다. 유년기는 순식간에 지나간다."(50쪽) 그래도 "부모에게 꽃보다 예쁘지 않은 딸은 아무도 없다."(52쪽) '맞아, 맞아' 하며 읽습니다. "어떤 사랑도 상대에게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사랑이란 없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의 곁을 떠나는 순간까지 자식의 일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중략) 자식은 제 몫의 삶만 살면 그뿐이지만, 부모는 자신의 삶과 자식의 삶 모두를 평생 껴안아야 한다."(74쪽) 순간 거운 무언가가......


좋은 엄마 되려 읽다 부모님 마음을 만났습니다. 낳을 때 기쁘고, 기를 때 행복하고, 결혼할 때 애틋하고, 멀리 있어 짠하고 그리운. 저도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지금처럼 같이 웃고 울며 딩굴딩굴 부대끼던 나날이 새록새록 떠오르겠지요? "평범하고 사소한 행복과 일상이 결국 살아갈 희망이 된다. 가족이란 그런 존재다."(5쪽) 든 아이, 깨어 있는 아이 한 번 더 봅니다.


<마음에 남 글>


나는 더 이상 오지 않을지도 모를 희망과 기대에, 오늘을 저당 잡혀 살고 싶지 않다. 이제 무엇이 되지 않아 슬플 것도 무엇이 되어서 기쁠 것도 없다. 이제 하루하루를 내 삶에 순명(順命)하며 살겠다. 5쪽


출가한 딸은 아버지 상(喪)에도 친정에 직접 가지 않는 것을 예법으로 삼았다고 한다. 근친(勤親)은 귀녕(歸寧) 또는 귀성(歸省)이라고도 부르는데, 출가한 딸이 친정에 가서 어버이를 뵙는 일이다. 며느리는 명절, 부모의 생신, 제일(祭日)에만 말미를 받아 근친을 갈 수 있었다. 출가한 뒤 3년 뒤에 근친하게 되면 단명(短命)한다는 속신(俗信)이 있어 평생 한 번도 근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21쪽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는 늘 마음을 끓일 수밖에 없지만, 그런 걱정이야 차치해 두고 지금의 재롱만을 기쁘게 보자고 다짐한다. 37쪽


사연 없이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 40쪽


젖먹이 딸 옹알대나 말 안 되는데,

엄마 무릎 옆에서 뛰어 놀다가

갑자기 울다가는 다시 웃으며

창틈 사이 햇빛에 달려가 안네.

- 48쪽, 신광수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딸과 딸의 모든 것이 예쁜 아빠의 모습이다. 48쪽


그(조위한)는 전란의 체험을 담은 최척전(崔陟傳)을 썼다. 이 책의 결말에서 전란에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다시 모여 온전한 가정을 이룬다. 그는 가슴에 묻은 자식이나, 내 옆에 살아 있는 자식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이루지 못할 희망을 끝까지 꿈꾸었던 것은 아닐까. 56쪽


효도란 결국 이렇게 아무 조건 없이 부모를 따르는 마음에 다름 아니다. 79쪽


자식은 장성하면 제 짝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결혼을 앞둔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남달라서 대견하면서도 섭섭하고, 애틋하면서도 근심스럽다. (중략) 혼인은 딸과의 긴 이별을 의미한다. 89쪽


내 몸은 건강하고 아내와는 사이가 좋으며 두 아들은 모두 혼인을 시켰다. 게다가 어제는 딸이 외손자를 낳았다. 외손자를 둘러앉으며 웃으며 이야기하는 지금 이 순간이 정말로 행복할 뿐이다. 98쪽


(딸을 보내는) 따스한 봄이 겨울보다도 더 시리다. 114쪽


결국 자식이 홀로 날아오르는 시간까지가 부모의 몫이다. 이제 안쓰럽고 대견하지만 그저 따스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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