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7. 2022

박수밀의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2015)

뜻밖의 보물

읽은 날 : 2018.5.30(수)~5.31(목)

쓴 날 : 2018.6.1(금)

면수 : 233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시작은 새기고 싶은 명문장이었습니다. 찾던 책이 없어 다른 책 찾다 땋! 마침 막내가 잠들어 올해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책장을 넘겼습니다. "나는 고전을 전공하는 학자이다. 옛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탐구하다 보면 그들도 외롭고 힘들었으며, 어찌할 수 없는 운명에 내던져지기도 했음을 발견한다. 눈보라 속에서도 어떤 이들은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에게는 특별한 좌우명이 있었다."(8쪽) 머리말이 따스해 차근차근 읽었습니다.

     

"나는 이 책에서 순수하게 우리 고전의 좌우명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좋은 말, 명언들은 찾아보면 차고 넘친다. 그러나 대체로 중국의 경전과 역사서 등 외국의 명언이 대부분이다."(10쪽) 그러나 원고 쓰고 책으로 아우르는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김시습의 좌우명 하나를 고르기 위해 그의 평전을 일독했으며, 이옥의 한마디를 찾기 위해 그의 문집을 다 읽어야 했다. (중략) 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짧으나 한 편 한 편 품은 많이 들었다."(10쪽) 그렇게 찾은 문장 한 줄, 반짝반짝 빛나는 장면 하나가 차곡차곡 쌓여 마흔 네 편이 되었습니다.

     

"이 책의 좌우명은 무엇보다 나에게 주는 따뜻한 격려이다."(11쪽) 옛 공부벌레들의 좌우명은 착한 책입니다. "거센 바람보다는 따뜻한 햇볕이 사람의 마음을 돌리는 법"(22쪽, 김충선)이라며 까칠한 사람을 여유 있게 받아 주기 어렵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빠른 속도와 눈에 보이는 성과에 쉬이 빠져드는 일상 속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는 일은 막막합니다. 제가 꿈꾸는 삶 오랫동안 지켜 온 가치관이 흔들릴 때 책 속의 여러 구절은 든든한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맞아. 괜찮아. 잘하고 있어.' 읽는 내내 고맙고 뭉클했습니다. 이런 보물!

     

행간 읽는 재미는 책 속의 또 다른 기쁨입니다. "김득신은 남과 똑같은 방법으로 공부해서는 절대로 남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71쪽) "고전 시대에 이십 대 중반이면 오늘날의 중년에 해당하는 때이니"(108쪽) 오랜 공부와 깊은 사색에서 묻어나는 향이겠습니다. 유신환에서 김정까지 마흔 두 사람*의 글과 발자취를 마음 한켠에 담으며 6월을 엽니다. "오늘이 쌓여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인생이 되고, 역사가 된다"(83쪽)는 진리를 기억하면서 더 많이 웃으며 읽고 공부하겠습니다.

     

* 이용휴와 박지원은 두 번 나옵니다.

     

<마음에 남 글>

     

인간의 진실과 순수가 가장 잘 드러나는 때는 시련과 위기 앞에 섰을 때다. 그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깊어지기도 하고 좌절되기도 한다.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없지만 시련을 끌어안고 견디어 가는 가운데 인생은 더욱 깊고 풍부해진다. 17쪽

     

이미 지난 일은 염두에 두지 말고 올 일도 생각하지 마라. 오직 현재를 보고 정신을 집중하여 굳게 지키라. 104쪽, 이수광

     

책이 주는 이익은 돈에 있지 않다.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가 살아가는 힘이고 생기가 된다. 116쪽

     

내 뜻이 방향을 얻었다면 멀리 있다고 낙심할 것 없다. 가까운 여기부터 차곡차곡 발 디디며 서둘지 말고 나가다 보면 언젠가 반드시 먼 곳에 서 있게 될 것이다. 134쪽

     

때로 침묵은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울림을 지닌다. 164쪽

     

산처럼 우뚝하고 못처럼 깊으면 봄날의 꽃처럼 환히 빛나리라. 170쪽, 조식

     

평범한 뭇별이 모여 함께 빛을 낼 때 밤하늘이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듯, 그들(남을 돕는 이들)로 인해 세상은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207쪽 

     

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박제가의 마음을 빌리자면, 아버지는 자식이 자신을 닮았으면 하면서도 자신처럼 고되게 살지 않기를 바라는 존재다. 211쪽

     

밝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231쪽, 안중근

매거진의 이전글 김영의 『인문학적 상상력을 위한 한문강의』(20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