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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정민의 『석복』(2018)

내 마음의 충전기

읽은 날 : 2018.4.20(금)~4.23(월)

쓴 날 : 2018.4.24(화)

면수 : 291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정민의 세설신어> 아껴 읽습니다. 1호 '남계우와 석주명'이 2009년 4월 30일에 나왔고 지난 주에 463호까지 연재되었으니 올해 딱 10년입니다.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가끔 보이나 옛글에서 묻어나는 향이 좋아 목요일 새벽 3시만 되면 눈이 번쩍 뜨입니다. 요즘은 3시 15~20분쯤 인터넷 기사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석복일침, 조심,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에 이어 <세설신어> 네번째 책입니다. 제목인 '석복'은 아낄 석(惜), 복 복(福). 복을 아끼라는 말입니다. "옛사람은 이 말을 사랑했다. 다 누리지 않고 아껴둔 복은 저축해두었다가 함께 나눴다."(4쪽) 이극배(1422~1495)는 손자 이름을 수겸(守謙)과 수공(守恭)으로 지으면서 겸손[謙]과 공손함[恭]으로 석복하라고 말합니다. "처세의 방법은 이 두 글자를 넘는 법이 없다." (13쪽)


여러 글 가운데 '명창정궤(明窓淨几)'가 오래 남습니다. "창문은 햇살로 환하고 책상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 네 글자는 선비의 공부방을 묘사하는 최상의 찬사다."(17쪽) 하루하루가 밝고 깨끗하다면 그만한 즐거움이 또 있을까요. 추사 김정희가 쓴 "작은 창에 볕이 많아,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17쪽)도 좋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小窗多明 使我久坐(소창다명 사아구좌)>.

나흘 동안 아껴 읽으 마음 한켠에 충전기를 꽂는 듯니다. 신문에서 본 '남방지강(南方之强)'과 '문유삼등(文有三等)'도 반갑고, '괘일루만(掛一漏萬)'과 '생처교숙(生處敎熟)'은 고민하던 부분과 맞물려 조금 더 자세히 읽었습니다. "생각의 힘을 길러야 글에 힘이 붙는다. 절제를 알 때 여운이 깃든다. 여기에 나만의 빛깔을 입혀야 글이 산다."(93쪽) 읽고 쓸 때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깊이 새기겠습니다.


<마음에 남 글>


이 봄에 나는 어떤 새 결심을 지을까?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볼 수 있을 것 같은 4월이다. 34쪽


늘 하던 일이 문득 낯설어지고, 낯선 공간이 도리어 편안할 때 하루하루가 새롭고 나날은 경이로 꽉 찬다. 47쪽


얼굴에 묻은 때는 거울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마음에 앉은 허물은 어떤 거울에 비춰야 하나? 종이거울, 즉 책에 비춰 살피면 된다. 61쪽


재앙을 돌려 덕의 뿌리로 삼고, 근심을 바꿔 복이 깃드는 집으로 만드는 힘은 공부에서 나온다. 71쪽


표현이 멋지거나 화려하다고 좋은 글은 아니다. 내용이 알차다고 해서 글에 힘이 붙지도 않는다. 세상을 보는 자기만의 눈길이 깃들어야 한다. 91쪽


글을 읽고 그 사람이 보여야 좋은 글이다. 92쪽


조병추달! 자루를 꼭 잡고 필요할 때 미루어 쓴다. 눈앞의 삶이 고단해도 뜻을 꺾지 않는다. 114쪽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아야 삶의 기쁨이 내 안에 고인다. 130쪽


다산은 자신의 일기에 그(이삼환)의 편지를 또박또박 옮겨 써서 깊이 새겼다. 162쪽

표지는 정민 선생님 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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