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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1 : 우렛소리』(2017)

낯선 길에서 보석을 줍다

읽은 날 : 2017.12.30(토)~2018.1.9(화)

쓴 날 : 2018.1.9(화)

면수 : 441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이덕무 매니아인 게 신라와 고려 글은 낯섭니다.  '그래도 1권이지!' 하며 차근차근 읽으니 옛글 한켠에 보석들이 빛납니다.


#1 인생은 한순간


삶은 짧습니다. 과거 급제자도, 저명한 문장가도 세월 앞에선 한 점일 뿐입니다. 지금 를 울고 웃게 하는 일도 역사 속에선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여러 일로 염려할 때 옛사람의 발자취 인생의 유한함을 웁니다. 읽을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2 살리는 글쓰기


설총은 <풍왕서(諷王書)>로 신문왕을 살리고 이제현은 탄원서로 충선왕을 구합니다. 공녀 제도를 폐지해 달라는 이곡의 간곡한 글 원나라 순제의 마음 움직입니다. 진심을 담은 글은 사람을 살립니다. 가 쓰는 글도 그러하기를.


#3 작가의 재발견


이숭인의 글을 오래 읽습니다. 이 말이 가장 좋습니다. "가을이 와서 시원한 바람이 불면 하늘 끝부터 땅끝까지 맑게 탁 트인다. 그 기운이 사람에게 붙으면 부귀와 공명을 얻으려 애태우는 마음도 맑고 시원하게 바뀐다."(321쪽) 다른 글도 맑습니다.


#4 번역은 글의 힘


"번역이란 게 2차 가공이잖아요. 누가 번역하느냐에 따라서 원저자의 수준이 결정되는 아이러니가 있기는 해요."(국악방송 <정여울의 책이 좋은 밤> 박수밀 선생님 인터뷰) 읽는 내내 번역이 간결하고 단아해서 반가웠습니다. 2~9권도 기대합니다.


<마음에 남 글>


통달한 사람은 곤궁과 영달을 추위와 더위처럼 여기며 자연에 맡기고 분수를 따라 마음을 편안히 하여 자신을 아꼈습니다. 79쪽, 임춘


한창 따스한 햇살이 좋아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본다. 100쪽, 이규보


나는 천하를 여행하려는 뜻을 이루지 못했으니, 천하를 여행한 선비와 교유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169쪽, 최해


밤은 만물 중에 가장 늦게 열리는 것이오. 심어도 자라기가 무척 어렵지만 일단 자라면 쉽게 커지며, 잎이 몹시 늦게 피지만 일단 피면 쉽게 무성해지고, 꽃도 늦게 피지만 피면 쉽게 활짝 피며, 열매도 몹시 늦게 열리지만 열렸다 하면 거두기 쉽다오. 240~241쪽, 백문보


성인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담고 있는 한, 성인의 교화가 퍼져 있는 세상 어디든 가지 못할 곳이 없다. 한 사람의 미미한 존재가 드넓은 천하와 다름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274쪽 해설


이해득실은 느닷없이 찾아오지만 군자는 편안히 처신한다. 313쪽, 이숭인


자기가 즐거워하는 것을 확장하면 백성은 내 형제이며 만물은 내 벗이 되어, 그 즐거움이 스미고 녹아들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것이다. 324쪽, 이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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