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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2 : 오래된 개울』(2017)

누구나 장점은 있다

읽은 날 : 2018.2.15(목)~3.15(목)

쓴 날 : 2018.3.15(목)

면수 : 418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걱정이 없는 것을 경계하고 법도를 잃지 마소서. 안일에 빠지지 말고 쾌락에 젖지 마소서."(95쪽) "성상께서는 옛사람의 경계를 유념하시고 역대 임금의 과실을 귀감으로 삼아 먼저 자신을 수양하여 조정에 미치고 사방에 미치며 해외까지 미치게 하소서."(96쪽)


다 맞는 말인데 누구 글인지 알고 '헉!' (신숙주의 <해동제국기>입니다.) 한국 산문선 2에는 '이 사람 글 왜 넣었지?'가 여럿 보입니다. 변절의 대명사 신숙주와 정인지, 간신의 아이콘 남곤. 훈구 세력으로 꼽히는 신용개와 책 빌리면 한 장 한 장 뜯어 제 방 벽에 붙이던 김수온도 두둥! 물론 고결한 선비가 더 많긴 합니다.


그런데 읽어 보니 배울 점이 있습니다. 남곤의 <백사정에서 노닐다>는 아름답고 운치 있는 글이라 당대에 널리 읽혔습니다. 김창흡은 그가 이 글 지을 때(1509년, 39세)의 마음을 잘 지켰더라면 사화를 일으키지 않았겠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덕적인 면은 반면교사로 삼되 글재주는 인정하며, 재능과 덕이 조화를 이루도록 두고두고 경계할 것.


여러 일로 몇 사람과 멀어졌습니다. 가 잘못한 부분도 있고, 때로는 뜻모를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찬찬히 보면 버거운 사람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누구나 장점은 있습니다.


<마음에 남 글>


선비는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어나서 가장 빼어난 기를 모아 문장으로 드러낸다. 31쪽, 정도전


움직여 흐르는 물은 막힘없이 두루 통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보고 즐거워한다. 83쪽, 김수온


바람이 따스하고 햇살이 밝으며 물결이 잔잔하고 푸른빛이 고요한데 하늘과 구름이 훤하게 비치면 물은 평안하고 맑다오. 85쪽, 김수온


몇 년 뒤 어자유 군은 양친을 봉양하기 위해 외직으로 나갔는데, 그때 나는 여전히 조정에서 성은을 입고 있다가 갑자년 사화에 연루되어 절해고도에 유배되었다. 이때 죄목이 몹시 엄중하여 나를 돌보아 주던 사람들은 모두 뜻밖의 화를 당할까 걱정했고, 골육 간이라도 감히 찾아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어자유 군은 춥고 배고픈 나를 보면 마치 자기가 춥고 배고픈 것처럼 여기고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와서는 빠뜨린 것 없이 두루 도와주었다. 그 뒤로도 잘되든 못되든, 기쁘든 슬프든, 해와 달이 바뀌든, 어자유 군이 나를 대하는 태도는 삼십 년간 하루같이 변함없었다. 263쪽, 김세필

* 어자유 : 어득강(1470~1550). 자유는 그의 자.


문예도 하나의 학문이니, 과정을 엄격하게 정해 놓고 힘을 다하여 반드시 자기가 기약한 바를 달성해야 한다. 311쪽, 서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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