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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3 : 위험한 백성』(2017)

글의 힘

읽은 날 : 2018.4.23(월)~5.2(수)

쓴 날 : 2018.5.3(목)

면수 : 422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1-4-7-2-5-8-3. 일곱 번째 책입니다. 조선 명종과 선조 시대, 퇴계 이황과 남명 조식, 율곡 이이가 같은 하늘 아래 살던 나날입니다. 을사사화와 임진왜란, 유약하고 의심 많은 왕과 어지러운 세태 속에서도 푸르고 맑던 선비들의 발자취가 마음을 울립니다.


정탁의 <이순신을 위하여>는 눈물겹게 고마운 글입니다. "정탁은 먼저 이순신에게 잘못이 있을 수도 있음을 인정했다. 대신 그의 능력을 부각했다. 급박한 전시 상황에서 이순신과 같은 인재를 처형한다면 누구보다 왜구가 가장 기뻐할 것이라고 짚었다."(94쪽)


그의 사려깊은 용기가 "신하로서 임금을 기망한 자는 반드시 용서 없이 처형해야 한다."(94쪽)고 바득바득 우기던 선조의 마음을 돌려놓습니다. 임금을 다독이고 배려하며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힘! 정탁이 다른 방향으로 글 썼다면 이순신도 명량해전도 없었겠습니다.


이이의 글도 반짝반짝 빛납니다. 단종을 위해 절개를 지킨 김시습을 칭송하면서 그를 용납한 세조와 재상들도 높입니다. "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유교 이념에 충실했을 뿐"(143쪽)이란 논리는 선조가 김시습의 문집 매월당집을 간행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한국 산문선 읽다 글의 힘에 주목합니다. 부지런히 읽고 배워 진심을 담은 글은 사람을 살립니다. "사람이 소리를 내서 남에게 듣기 좋고, 남에게 듣기 좋아 글로 쓰이고, 글로 쓰여서 바르다면 소리를 잘 냈다고 하겠다."(163쪽, 이이)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에 남 글>


국난을 당하면 지식인의 붓은 칼을 대신한다. 8쪽


공부한다는 것은 그 일을 익혀 정말로 실천함을 말합니다. 25쪽, 이황


걸왕과 주왕은 탕왕과 무왕에게 망한 것이 아니라 백성에게 믿음을 얻지 못해서 망했다. 한나라 유방은 일개 백성이었고 진나라 이세 황제는 대단한 임금이었다. 그러나 필부가 천자를 바꾸었으니, 이처럼 큰 권한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우리 백성의 손에 달려 있다. 두려울 것 없는 존재야말로 몹시 두려운 것이다. 52쪽, 조식


회암 선생이 사계절을 끌어와 사람 본성의 네 가지 덕을 말씀한 적이 있다. 그분 말씀에 '봄은 봄이 생기는 때이고, 여름은 봄이 자라는 때이고, 가을은 봄이 완성되는 때이고, 겨울은 봄을 간직하는 때이다.'라고 하였다. 105쪽, 기대승


기대승은 말한다. 봄은 간직할 수 없다. 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이 늘 누리려고 드는 부귀영화도 마찬가지다. 간직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의 봄뿐이다. 내 마음의 봄은 곧 하늘이 사람에게 부여한 인(仁)의 본성이다. 이 본성을 보존하는 한, 사람은 항상 봄처럼 온화하며 생동하는 존재로 살아갈 수 있다. 106쪽


작은 것을 쌓아 큰 것을 이루는 방법이 무엇이랴?

사방의 벽에는 천 권의 책.

132쪽, 이제신


남들이 알아주지 못하는 장점을 찾고 이를 인멸되지 않는 글로 남기는 것이 바로 전(傳)이다. 212쪽


아, 천지의 가장 큰 덕은 살리는 것이다. 어진 사람이 생명을 받고 태어났다면 누군들 뭇 생명을 살리려는 뜻을 품지 않겠는가. 290쪽, 이득윤


하늘에서 받는 것은 재주이고 사람이 노력하여 이루는 것은 학문이다. 293쪽, 차천로

2018.4.29. 오전 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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