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4 : 맺은 자가 풀어라』(2017)

어렵지만 따듯한 책

읽은 날 : 2018.1.9(화)~1.13(토)

쓴 날 : 2018.1.13(토)

면수 : 430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2권부터 보려다 번역의 결이 궁금해 4권을 고릅다. 이번 책은 조선 중기 선조~인조 시기의 산문 모음입니다. 흔히 목릉성세라고 하는. (목릉은 선조가 묻힌 능입니다.) 21년 전 여한십가문초 배우면서 낯익은 글이 몇 편 있지만, 68편 중 대부분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몰랐던가!' 깊이 반성하며 부끄러이 읽습니다.


유몽인은 어렵고 이수광은 부드럽습니다. 이정귀, 신흠, 이식, 장유 4대가는 간결합니다. 권필과 허균은 생생하고 김상헌과 최명길은 새롭습니다. 4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가는 조찬한입니다. 권필의 제자 송희갑의 일생을 담은 <세상의 모든 불우한 자를 애도하며>는 정약용과 황상의 만남을 닮았습니다. 서출이었고 크게 성공하지 못했으나 묵묵히 스승을 모시며 공부한 사람.


4권의 또 다른 흐름은 '배려하는 글쓰기'입니다. 오해받는 지인의 마음을 달래고(이식) 차분한 논조에 충정을 담습니다(최명길). 전쟁 내내 곁을 지킨 노비에게 감사하며(이수광) 존경하는 어른의 발자취를 소개합니다(장유). 다음은 안대회, 이현일 선생님이 번역하신 7권입니다. 또 어떤 아름다움이 펼쳐질까요? 벌써부터 두근거립니다.


<마음에 남 글>


인생의 큰 기쁨은 마음이 기쁜 일을 하는 데 있다. 내게는 그것이 독서와 글쓰기이다. 45쪽


당시는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으로 갈려 붕당 정치가 본격화되면서 사우의 도는 사라지고 패거리 문화만 남았다는 비판이 일어나던 때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이수광은 '인을 돕고 배움을 전하는' 보인수업(輔仁授業)의 정신으로 중도의 입장을 줄곧 유지했다. 87쪽


문장은 하나의 재주지만 반드시 오로지 몰두한 뒤라야 훌륭해진다. 106쪽, 이정귀


정치에서 우선할 일은 백성의 마음을 순하게 하는 것이다. 그 근심과 노고를 고쳐 편안하고 즐겁게 해 주는 것이다. 132쪽, 신흠


허균이 말하는 좋은 글은 "쉬운 일상적 표현 속에 자신의 개성을 담아 정확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주의 주장을 분명하게 펼친 글"이다. 190쪽


조찬한은 송희갑의 삶을 입전하면서 이렇게 성실한 인간이 마음을 다해 섬기고 따르려 했던 벗 권필의 부당한 죽음과 올곧은 정신을 되새기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261쪽


무릇 밝음은 어둠에서 생겨나고, 느껴 통하는 것은 조용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감춤은 드러남의 뿌리요, 고요함은 움직임의 주재자다. 314쪽, 장유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산문선 3 : 위험한 백성』(20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