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5 : 보지 못한 폭포』(2017)

산을 넘다

읽은 날 : 2018.3.15(목)~3.22(목)

쓴 날 : 2018.3.23(금)

면수 : 405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중반을 넘었습니다. 번역하신 선생님들 순서대로 한 달에 두 권씩(1-4-7-2-5권) 사서 읽으니 어느새 5권. 시간의 흐름 따라 보는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입니다. 이제 8-3-6-9 네 권 남 산 중턱을 넘는 듯합니다. 전집은 늘 어렵지만 읽다 보면 여운이 깊습니다.

5권에는 조선 효종, 숙종 때 작가 14명의 산문 61편이 실렸습니다. 허목, 김창협, 이덕수 글이 각각 7편으로 가장 많고 김석주 6편, 이하곤과 신유한이 5편입니다. 낯선 작가들이 많아 책읽기가 한쪽에 치우쳤음을 절실히 느낍니다. 세상은 넓고 읽을 책은 많습니다.

세바시 900회를 다. 많이 읽어야 잘 쓴단 말에 공감하다 읽던 글에 눈이 멎습니다. "멋대로 써도 방종함에 이르지 않고, 법을 따라 써도 구애됨에 이르지 않아서 기운으로 하여금 글 한 편을 관통하게 하고 법이 구절구절에 행해지게 해야만 좋은 글이다."(240쪽, 이덕수)

그러면 어떻게? "핵심은 정밀함(精)과 무젖음(浹洽)에 있다. 정밀한 독서는 빨리 많이 읽는 대신 꼼꼼히 따져 곱씹어 읽는 것을 말하며, 무젖는다는 것은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여 자기만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이다."(242쪽) 옛과 지금이 맞닿는 순간!


<마음에 남 글>

김득신은 <백이열전>만 1억 번 넘게 읽은 것으로 유명한 전설적 둔재였다. 그가 자신이 책 읽은 횟수에 대해 기록한 글을 보면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그러나 김득신의 이러한 집념의 독서는 진한과 당송의 고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능케 하였고, 이는 다시 담백하고 화려하지 않은 산문 창작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었다. 8쪽

나는 옛글을 몹시 좋아하여 늙어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24쪽, 허목

- 의 또다른 꿈니다.

당신이 내 방법에 따라 아침에도 드리우고 저녁에도 드리워 정신을 집중하고 뜻을 쌓아서 날이 쌓이고 달이 오래되어 익혀 습성을 이루면 손이 알아서 움직이고 마음이 절로 터득하게 됩니다. 80쪽, 남구만


옛날에 유종원은 비록 영주 땅에 좌천되어 가 있었지만 산언덕 하나 시냇물 하나에도 오히려 모두 기문을 남겼다. 112쪽, 김석주

집을 게딱지만 하다고 하는 것은 이미 작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은 집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으니, 그대가 크다고 생각하면 이곳에서 옛 제왕의 사업을 펼칠 수도 있고, 작다고 여기면 끝나지 않을 욕심 속을 헤매게 된다. 집의 크기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 사는 사람이 품은 학문과 사업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중략) 이렇게 김석주는 자신의 벗인 홍기가 스스로 게딱지만 하다고 한 그 집에서 학문과 사업에 힘을 쏟아, 나라에 등용되어 큰일을 할 수 있기를 축원했다. 120~121쪽

대개 사물을 잘 관찰하는 사람은 사물로 사물을 보지 않고 상으로 사물을 보며, 상으로 상을 보지 않고 이치로 상을 본다. 141쪽, 김창협

담백한 것을 먹으면 복이 온전하고 마음을 살피면 도가 모인다. 168쪽, 김창흡

사람을 대접할 때는 관대하고 공손했으며, 집에 있을 때는 엄격하고 간결했다. 194쪽, 이의현

활을 잘 쏘는 사람은 과녁을 보고 나서 쏘기 때문에 화살을 놓치는 법이 없다. 칼을 잘 쓰는 사람은 빈틈을 본 뒤에야 공격하므로 칼날이 부러지지 않는다. 재주를 잘 쓰는 사람은 쓸 만한 뒤에야 이를 쓰기 때문에 계책을 남김없이 써도 사람들이 그가 재주 쓰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212쪽, 최창대

내 몸을 밝게 하여 내 처음 모습을 되찾아 만세에 참여하여 한결같이 순수함을 이룬다. 235쪽, 이덕수

커피를 부르는 5권. 10년 묵은 잔을 꺼냈습니다.
저도 이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 산문선 4 : 맺은 자가 풀어라』(2017)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