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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08. 2022

『한국 산문선 6 : 말 없음에 대하여』(2017)

일상에 숨은 보물

읽은 날 : 2018.5.2(수)~5.14(월)

쓴 날 : 2018.5.16(수)

면수 : 371쪽

* 4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6권은 영조 연간, 시대의 표정을 담은 글들을 모았다. 노론 집권기 4대가로 꼽힌 남유용, 이천보, 오원, 황경원은 근엄하고 우아한 문장으로 한 시대를 선도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 같은 온건함을 답답하게 여겨 뛰쳐나가려 한 조구명 같은 작가가 배출되었다. 또한 정내교는 문단의 일각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위항 문인을 대변하며, 그 밖의 일군의 학자들은 해박한 식견과 폭넓은 독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학술적 글쓰기를 선보인다."(뒷표지)


고전의 시선에서 조구명의 글을 눈여겨 봐선지 낯선 글이 많은데도 4, 5권보다 편안하게 읽었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작품이 늘었다는 뜻이겠지요. <내가 병에 대해 느긋한 이유>는 얼마 전 신문칼럼에서 보고 울컥한 글입니다. 같은 작품을 다른 번역으로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오래 앓아 우울할 때 "질병은 욕망의 극대화를 제어하는 일종의 제동 장치"라는 친구 임상정의 위로를 받고 글 쓴 건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두 분 다 참 고마운 어른입니다.


"깨달음은 대상에 대한 인식의 근원적인 갱신을 가져온다. 늘 자신을 짓누르던 병마와의 싸움에 주눅 들어 있던 그(조구명)의 삶이 이 글을 통해 활짝 펴지는 느낌이다. 그는 고작 45년의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소론계를 대표하는 문장가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111쪽)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조구명에게는 친구의 말 한 마디가 그랬겠지요. "귀한 의미는 가깝고 일상적인 것들 속에 숨어 있는 경우가 더 많다."(276쪽) 가까운 일상에 숨은 보물, 잘 찾아 행복하게 나누어야겠습니다.


<마음에 남 글>


주인이 부리던 노비를 위해 제문을 쓰는 일은 당대에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가 자신의 어려운 가계를 돕느라 평생 애쓴 노고를 기억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에 앞서 자신(이익)의 진솔한 마음과 깊은 연민을 솔직하게 드러내 보였다. 45쪽


독도는 그냥 우리 땅이 아니다. 40년 통한의 역사가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이다. 1905년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비운의 땅이자,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분쟁에 휘말려 있는 아픔의 땅이다.

이런 점에서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고찰하여 우리 땅임을 만천하에 공표하고 있는 이 글(이익의 <울릉도>)의 의의는 민간인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 땅임을 천명하고 분쟁 문제를 말끔히 정리하고 돌아온 안용복의 공만큼이나 크다. 55쪽

- '살리는 글쓰기'의 힘!


누구나 인생에는 마디가 있게 마련이다. 단계마다 매듭을 제대로 두지 않으면 늘 똑같이 되풀이하며 향상 없는 삶에 정체되고 만다. 오광운은 자신의 오십 인생을 돌아보며 문집을 엮고 나서 특별한 자부보다 내밀한 자기반성의 뜻을 내비쳤다.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삶을 꾸려 가리라는 다짐을 담았다. 81쪽


그(이천보)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어 백 년이나 천 년 뒤에 알아줄 사람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행운이다. 137쪽, 남유용


비록 부지런히 이끌어 주셨으나 여태도 어리석음을 깨치지 못하였으니, 은혜가 깊고 의리가 무거워 삼가 두려워하며 몸가짐을 살피곤 한다. 238쪽, 안정복

늦은 밤, 나를 겸손하게 하는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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