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읽을 때는 집 벽에 해시계를 5시간이 되도록 그리고
시간 되면 아이들과 놀다가도 장난감 다 놓고
어른이 말씀하시기 전에 스스로
1시간에 10번, 하루 50번 읽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 이광규, <선고부군유사(先考府君遺事)>
其讀書也, 畫日晷于屋壁, 爲五時,
기독서야, 화일구우옥벽, 위오시,
時至則雖與群兒游嬉, 盡棄戱具,
시지즉수여군아유희, 진기희구,
不待長者之警, 而一時讀十遍, 一日爲五十遍, 日以爲課.
부대장자지경, 이일시독십편, 일일위오십편, 일이위과.
* 일구(日晷) : 해시계.
* '不待長者之警'을 직역하면 '어른의 훈계를 기다리지 않고'입니다.
나는 어릴 때 성질이 매우 편협했다.
일 있어 공부 못하면 울고, 글뜻 모르면 울고,
아이들이 깔보면 울고, 어른들께 꾸중 들으면 울었다.
열다섯 살까지 울지 않은 날이 거의 없었다.
열여섯 살에 장가든 뒤에야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
비록 여전히 불평할 일 있어도 마음 눌러 참으니 내 안에서 저절로 사그라졌다.
어쩌다 남이 모욕해도 다시는 울지 않고 남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
- 이덕무, 『사소절(士小節)』
余幼時性甚偏隘.
여유시성심편애.
有故而闕課讀則泣, 不曉文義則泣,
유고이궐과독즉읍, 불효문의즉읍,
見童輩凌逼則泣, 遭長者呵責則泣.
견동배능핍즉읍, 조장자가책즉읍.
至于成童, 幾無日不泣.
지우성동, 기무일불읍.
十六歲娶婦以後, 始有羞愧之心,
십육세취부이후, 시유수괴지심,
雖有如前不平處, 抑之忍之, 內自消磨.
수유여전불평처, 억지인지, 내자소마.
設使被人侮罵, 不復泣也, 庶幾不欲與人爭競.
설사피인모매, 불부읍야, 서기불욕여인쟁경.
* 성동(成童) : 열다섯 살 남자아이.
* 『청장관전서』(한국고전번역원)를 참고하여 다시 번역했습니다. 피동문은 모두 능동문으로 의역했습니다.
일 많은데 실천은 더딘 제게 이덕무의 하루하루는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아들 이광규(1765~1817)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어릴 때부터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꼬맹이가 놀다가도 시간 되면 장난감 놓고 글 읽다니! 지금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어른들께는 칭찬받았겠지만 아이들 세계에선 어려운 일 많습니다. 일 있어 공부 못하면 울고, 글뜻 모르면 울고, 서자라고 아이들이 깔보면 울고, 어쩌다 어른들께 꾸중 들으면 울고. 반듯하고 규칙적인 이덕무의 어린 날은 울고 울고 또 우는 나날의 연속입니다. 열다섯 살까지 그랬다면 감수성이 남달랐던 그는 얼마나 많이 좌절하고 울었을까요. 책보다 사람이 더 어려웠을 듯합니다.
그러다 열여섯 살에 수원 백씨와 혼인합니다. 울보 소년이 어른으로 자랍니다. 불평할 일 있으면 꾹꾹 눌러 참고, 책 읽고 글 쓰며 마음을 다독입니다. 어쩌다 남이 시비 걸고 못되게 말해도 더 이상 울거나 싸우지 않습니다. 책처럼 살고, 살아낸 나날을 책으로 씁니다. 수많은 좌절과 눈물을 넘어선 이덕무는 20대 초반부터 깊고 넓은 학자, 존경받는 인격자로 살아갑니다.
첫 글 보고 '그릿(GRIT)'을 생각합니다. 성장(Growth), 회복력(Resilience), 내재적 동기(Intrinsic Motivation), 끈기(Tenacity)의 앞 글자, 열정과 끈기의 조합. 두번째 글에서는 훌쩍 자란 어른의 굳세고 아름다운 내면을 읽습니다. "그릿은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끝까지 해내는 힘이자, 어려움과 역경, 슬럼프가 있더라도 그 목표를 향해 오랫동안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이다."(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뒷표지 날개)
첫번째 글 원문입니다. 사진은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에서 가져왔습니다.
두번째 글 원문입니다. 사진은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