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사이에 가장 아까운 건
세월이고 정신이다.
- 이덕무, 『세정석담(歲精惜譚)』
天地間最可惜者, 歲月也, 精神也.
천지간최가석자, 세월야, 정신야.
* 『청장관전서』(한국고전번역원)를 참고하여 다시 번역했습니다.
스물 한 살에 이덕무를 만났습니다. 얼결에 간 교육대학원 논문 심사장에서 『청장관 이덕무의 척독 연구』 발표 듣다 '이 사람 참 맑다!' 다음 해 『관독일기』와 『이목구심서』 배우면서 이덕무의 글과 삶에 쏙 빠졌습니다. 그의 맑은 감성과 눈물빛 선비다움이 좋아 졸업논문도 『관독일기』로 썼습니다.
임용고사 재수할 때 학교 신문에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서평이 나왔습니다. 없는 돈 톡톡 털어 곧장 구내서점으로 달려갔습니다. 책에 실린 『선귤당농소』 전문과 『이목구심서』 일부를 틈틈이 보다 직장 다니며 삼수할 때 찬찬히 읽었습니다. 이덕무를 더 깊이 알아 가면서 뿌듯했고, 저와 같은 나이에 이렇게 맑은 글을 썼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세정석담(歲精惜譚)』은 '세월과 정신이 아까운 이야기'입니다. 손글씨로 옮겨 쓴 글 보면 스물세 살 이덕무가 저를 깨우는 듯합니다. "하늘과 땅 사이에 가장 아까운 것은 세월이고 정신이다."부터 "계미년 7월 16일 해질 무렵 사이재거사(四以齋居士)*가 적는다."까지 읽으면 가을 햇살, 고운 어스름, "임술년 7월 기망(旣望)*에"로 시작되는 <적벽부>까지 어른어른.
실학자면서 당대 최고의 작가 중 하나였고 가난과 서얼이라는 고단함을 끌어안으면서 순수하고 가열차게 자기를 가다듬은 사람. 힘든 날마다 읽고 쓰며 마음 다잡던 그의 발자취는 살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 만날 때 든든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모처럼 맑은 얼굴 만나 제 안의 빛바랜 맑음을 돌아보면서 옛사람의 맑은 말을 다시 읽고 새깁니다.
* 사이재거사(四以齋居士) : 젊은 날 이덕무의 호입니다.
* 기망(旣望) : 음력 16일입니다.
사진은 한국고전종합db( http://db.itkc.or.kr )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