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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Oct 11. 2022

정민의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2015)

맑은 사람들의 향기

읽은 날 : 2015.5.15(금)~5.23(토)

쓴 날 : 2015.5.23(토)

면수 : 368쪽

* 7년 전 글을 다듬었습니다.


금방 다 읽었습니다. 믿고 보는 정민 선생님 책이지만, 이번엔 선뜻 손이 안 갔습니다. 4월에 산 책을 5월 하순에야 보았습니다. 단기방학 중 왠지 모를 헛헛함이 찾아왔을 때, <심은자불우(尋隱者不遇)>*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떠올리며 집었습니다.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많이 얻고 배웠습니다.


'별서(別墅)'는 별장입니다.**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은 이담로가 손자 이언길과 함께 시작해서 12대 동안 이어집니다. 백운동 별서정원 이야기는 이담로 집안의 가족사이기도 합니다. 조상의 뜻을 따라 별서를 팔지 않고 대대로 백운동을 지킨 일은 눈물겹습니다. 구약성경 예레미야 35장의 레갑 족속 같습니다.***


책에서 만난 사람 중 이언길과 이시헌이 가장 인상깊습니다. "글을 짓는 데 있어서는 형이나 아우에 미치지 못했지만 절조의 단정하고 확고함은 두 사람보다 나았다." (49쪽, 「가장초기」) 이언길에 대한 설명입니다.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별서를 지키며, 자식 가르치고 책 읽으면서 살았습니다.


이시헌은 더합니다. "아드님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지요. 매번 그 인품이 몹시 훌륭한 것을 생각하면 잊을 수가 없습니다." (135쪽, 「다산 초당에서 백운동에 보낸 안부편지」) 정약용이 이덕휘에게 보낸 편지입니다. 자이당(自怡堂)이란 호에 삶의 철학이 묻어납니다. 스스로 기뻐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


그밖에도 이야기가 많습니다. 백운동 풍경과 별서 손님, 차의 역사까지. 그러나 이번에는 '가족'과 '행복'으로 읽습니다. 서로 화목하며 스스로 행복한 사람들이 저를 맑힙니다. "향원익청(香遠益淸),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아 바람의 도움 없이 먼 데까지 전해진다."(162쪽)**** 좋은 차를 마신 듯합니다.


* 가도의 한시. 은자를 찾으러 갔으나 만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松下問童子(송하문동자)하니

言師採藥去(언사채약거)라.

只在此山中(지재차산중)이나

雲深不知處(운심부지처)라.


소나무 아래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님은 약초 캐러 가셨다네.

다만 이 산 속에 계시겠지만

구름 깊어 계신 곳 모르겠네.


** 별서는 살림집인 본제에서 떨어져 인접한 경승에 은거를 목적으로 조성한 제 2의 주거입니다. (27쪽)


*** 예레미야 35 : 5~10

 5 내가 레갑 사람들의 후손들 앞에 포도주가 가득한 종지와 술잔을 놓고 마시라 권하매 6 그들이 이르되 우리는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겠노라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하여 이르기를 너희와 너희 자손은 영원히 포도주를 마시지 말며 7 너희가 집도 짓지 말며 파종도 하지 말며 포도원을 소유하지도 말고 너희는 평생 동안 장막에 살아라 그리하면 너희가 머물러 사는 땅에서 너희 생명이 길리라 하였으므로 8 우리가 레갑의 아들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모든 말을 순종하여 우리와 우리 아내와 자녀가 평생 동안 포도주를 마시지 아니하며 9 살 집도 짓지 아니하며 포도원이나 밭이나 종자도 가지지 아니하고 10 장막에 살면서 우리 선조 요나답이 우리에게 명령한 대로 다 지켜 행하였노라  


**** 주돈이의 <애련설>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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