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음 : 홍지를 그리며

by 스마일한문샘

홍지는 고3 여름방학부터 교환일기 주고받은 단짝입니다. 반에 이름 같은 아이가 셋이라 '윤지, 손지, 홍지' 성을 붙여 불렀습니다. 글 잘 쓰고 속깊으며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다던 친구는 기본 한 장, 어떤 날은 두세 장씩 반듯한 글씨에 별빛 닮은 마음을 실었습니다. 제 마음에 쏘옥 들어갔다 나온 듯한 글에 힘든 시기를 따뜻하게 보냈습니다.


졸업 직전 "이 일기장은 네가 가지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라던 홍지는 마지막 일기에 이렇게 썼더랬습니다. 교실에서 내다보는 아침 바다랑 야경, 교무실 앞 덩그란 플라타너스 나무 바라보면서 혼자 많은 생각을 할 때 너무 좋았다고. 그냥 영원히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고등학교 여학생이었으면 좋겠다던 분홍빛 글씨에 왜 그리 코끝이 시큰하던지요.


다른 학교 가서 자주 못 봤지만 가끔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한번은 손글씨 편지에 컴퓨터로 친 시 한 편을 같이 보냈는데, 그 글이 겨울 교실에 어린 햇살 같아 다이어리 한켠에 끼워넣고 종종 보았습니다. 스물 일곱, 인천에 발령받은 해 친구가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여름방학 때 부산 내려오면서 뭘 몰라 아이스크림 사갔어도 환한 웃음으로 반겨 주었습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종종 안부 주고받다 2G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꿀 즈음 전화번호를 잃어버렸습니다. 하루하루가 무거워 주저앉고 싶을 때 홍지의 교환일기와 시는 다시 일어나게 하는 힘입니다. 아이들과 수업하던 '지음' 두 글자 돌아보다 뽀얀 얼굴에 동그란 금테 안경 낀 아이를 생각합니다. 그 친구가 오늘따라 바로 앞에 있는 듯합니다.


* 지음(知音) : 소리를 알아 준다는 뜻으로, 마음을 알아 주는 친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중국 춘추 시대에 거문고를 잘 연주하던 백아와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곡에 담은 마음까지 읽어 주던 친구 종자기 이야기에서 유래했습니다.

홍지와 쓴 교환일기, 친구가 편지에 끼워 준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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