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55번째 하루

by 스마일한문샘

아이들 깨우고 아침 챙겨 주고 출근길에 택시 타다 '아차!' 휴대폰 충전시키면서 집에 놓고 왔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면 지각할 시간. 별일 없길 바라고 바라며 책장을 넘깁니다. 햇살 좋은 가을 아침 교무실에 도착하니 8:20. 그렇게 16555번째 하루를 엽니다.


D-day에 태어난 날 넣으니 2022년 10월 21일까지 16555일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날을 지나온 만큼 성실하고 뿌듯하게 살아야겠단 묵직함이 있습니다. 수첩 열어 할 일 보고 1, 2교시 수업 준비. 시간표가 바뀌면서 목요일에 많이 해 부담이 덜합니다.


2시간 수업하고 3교시부터 밀린 일 합니다. 수행평가 답안지 등사하고 기안 4개 마무리하고 점심 먹고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께 보여 드린 다음 결재 올립니다. 6교시는 동아리 시간. 아이들이 각자 가져온 책을 읽습니다. 저도 읽는 책 중 오래 남은 글을 독서공책에 옮깁니다.


교장선생님까지 결재 난 것 확인하고 독도의 날 계기교육 자료와 교내 여러 공모전 안내문을 학급별 문서꽂이함에 넣습니다. 불금이니 담임선생님들께는 월요일에 자세히 안내드려야겠지요. 밀린 수업일기는 집에서 정리해야겠습니다.


막내 하원시간 맞추려면 택시 불러야 하는데 휴대폰이 없으니 지름길로 걷습니다. 평소보다 한참 늦어 발걸음이 바쁩니다. 길목마다 하늘마다 가을이 내려앉습니다. 언제 이렇게 물들었을까요. 오늘도 꼬맹이는 놀이터에 간답니다. 친구들과 한 시간 가까이 노느라 볼이 발그스름합니다.


도연명의 <잡시(雜詩)>를 좋아합니다. 마지막 줄 "세월부대인(歲月不待人)"을 아끼는데 오늘은 앞앞 구절 "일일난재신(一日難再晨)"에 더 눈이 갑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기 어렵습니다. 청소기 밀고 저녁 차리고 틈틈이 책 읽으면서 16555번째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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