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날이었을까요. 한 해를 돌아보다 감사한 일과 남모를 그늘이 엇갈리던 밤, 빨래 널면서 오래 듣는 노래를 찾습니다. "인간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모모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꺼억꺼억 밀려오는 무언가를 다독이다 늦은 시간에 눈을 붙였습니다. 다행히 잠들 즈음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하게 하루를 접었습니다.
스물한 살에 <모모>를 처음 들었습니다. <오미희의 가요응접실>이었지 싶은데 뜻밖의 교통사고로 라디오랑 친할 때였습니다. 나이에 안(?) 맞게 7080 포크 아끼는 감성에 집에만 있으면서 라디오 끼고 지내던 시간이 맞물렸던 여름, "모모는 생을 쫓아가는 시계바늘이다"는 어린 날의 숭엄한 명제 같은 그 무엇이었습니다.
다음 해 발목 부상과 그 다음 해 임용고사 준비 기간, 공테이프에 녹음한 <모모>와 함께 기나긴 하루하루를 버티고 채웠습니다. 자취할 때 라디오 주파수 맞춰 듣다 <모모>가 나오면 왜 그리 반갑던지요. 카세트테이프가 CD, MP3와 유튜브로 바뀌면서 어린 날 음반은 역사 저편으로 보내야 했지만, 노래는 여린 마음에 오래오래 남아 다정한 불빛이 되었습니다.
작년 이맘때 기운이 쑥 빠져 저녁 건너뛰고 쉬다 <모모>를 들었습니다. 1978년판 전일방송 대학가요제 <모모>가 맑다면 2005년 방송 영상으로 듣는 <모모>는 포근한 이불처럼 따뜻합니다. 『자기 앞의 생』에서 하밀 할아버지가 들려 준 말을 어린 모모는 어떻게 품었을까요. 그 말이 멀리 낯선 땅에서 노래가 되고 씨앗이 되어 듣는 이들에게 잎싹 같은 기쁨 됨을 알까요.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온 밤, 스물다섯 살 이덕무는 『논어』 서너 장을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 소리가 처음에는 막히고 껄끄럽다 나중에는 화평하게 되었다. 가슴 속에 차오르던 것이 그 소리에 점점 가라앉더니, 답답하던 기운이 그제야 내려앉고 정신이 맑고 개운해졌다." 저에게는 <모모>가 그랬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찾아오는!
* 원문은 "其聲也(기성야), 初咽澁而終和平(초열삽이종화평). 胸中澎湃(흉중팽배), 有嗚嗚漸微(유오오점미), 欝嵂之氣始按下(울률지기시안하), 神思淸明洒落(신사청명쇄락)."입니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 1권에 있습니다.
라디오 듣다 공테이프에 녹음한 노래 목록입니다. (1999.10.1)
* 오래 아껴 듣는 김만준의 <모모>
(제 1회 VOC 전일방송 대학가요제 / 1978)
* 같은 가수의 더 깊고 따뜻한 <모모>
(KBS1 <콘서트7080> 2005.10.8)
* 원곡자 박철홍의 <모모>
(<제 3회 여성장애인 인문학을 노래하다> 특별공연, 2020.12.4)
* 하성관, 김원중의 2중창도 좋습니다.
(KBS1 <콘서트7080> 2013.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