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을 찾아서

by 스마일한문샘

오래 간직하는 자료가 있습니다. 공부하다 한문선생님께 궁금한 부분을 질문하고 은사님께서 답해 주신 내용을 정리한 건데, 복사해서 공책에 붙인 문제집이 어떤 책인지 통 기억이 안 납니다. 어제 글 쓰면서 고2 수첩 뒤적이다 '라디오 교양한문'에 '아~' 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해 1월, 2월 그리고 3월 메모에서 찾은 이야기는 제 기억보다 넓고 컸습니다.


EBS 라디오 교양한문이 있었습니다. 겨울방학 때 방송 들으면서 공테이프에 녹음하다 못 들은 47강 '천수경'이 궁금해 개학하고 선생님께 여쭈었습니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하면 웬만한 정보를 얻지만, 그때는 선생님께 문의드리는 것이 가장 빨랐습니다. 다른 질문도 꽤 있어 점심시간과 청소시간 내내 교무실을 오가면서 얼마나 감사하고 죄송하던지요.


다른 건 다 답해 주셨는데 천수경은 더 찾아봐야겠다고 하십니다. 옆에 계신 다른 과목 선생님께서 "천수경? 그거 불경 아냐?" 며칠 지나 어떻게 찾으셨는지 복사해 주신 자료를 보고 또 보고 공책에 붙였습니다. 천수경(千壽慶)은 유명한 시인이었고 라디오로 들은 다섯 아들 이름은 뒤에 있었습니다. "아들 다섯이 웬일이냐" 부분에 남몰래 킥킥킥.


몇 년 후 『평민한문학사』 읽으면서, 임용고사 공부하며 6차 교육과정 한문교과서 정리하면서 천수경과 송석원시사 단원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요. 얼마 전에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1』에서 추사 김정희가 써 준 '松石園(송석원)' 글씨 사진과 자세한 이야기를 찾았습니다. 어리고 여린 날을 세심하게 물들이신 은사님 덕분에 추운 날이 더 따뜻합니다.


* 불교 경전 『천수경』은 한자로 千手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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