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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an 30. 2024

<Cotton Fields>, 나의 노동요

23년 전 '바람새'*에 종종 들렀습니다. 7080 음악 아껴 듣다 집 가까운 곳에서 정기 모임 있어 온라인에서 성함만 보고 듣던 분들을 뵈었습니다. 그때 오신 선생님 한 분이 직접 만든 CD를 선물하셨습니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Big 3>. 임용고사 잘 안 되어 여러 학교에 기간제 교사 원서 내던 시절, 처음 듣는 노래 몇 곡과 낯익은 노래들은 흔들리는 마음에 촉촉하고 따스하게 다가왔습니다.


그 가운데 <Cotton Fields>는 40대 초반부터 아껴 듣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목화밭'. 한창 바쁜 어느 날 '노래 제목이 뭐였더라?' 불현듯 찾아온 노래가 궁금해 검색의 힘을 동원했습니다. 그때 그 CD는 10여 년 전 아는 분이 빌려 가셔서 유튜브로 어찌어찌 비슷한 음원을 찾았습니다. '이거다!' 일할 때 듣고, 다른 음원 찾아보고, 같은 가수의 젊은 날과 오랜 연륜이 묻어나는 노래에서 인생의 깊이를 읽습니다.


처음 들을 때는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 생각했습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담았으니 망운지정(望雲之情)*이기도 하겠습니다. 아기 때 엄마가 요람을 흔들며 달래 주시던 일("When I was a little bitty baby / My mama would rock me in the cradle"), 목화송이가 썩으면 목화를 많이 수확할 수 없던 나날("when them cotton ball get rotten / You can't pick very much cotton")도 세월이 지나면 진한 그리움이 됩니다.


같은 노래라도 달리 듣는 순간이 있습니다. <Cotton Fields>가 20대 중반에 이른 비와 봄 햇살이었다면, 지금은 일할 때 종종 듣는 노동요(勞動謠)*이면서 어른으로 묵직한 하루하루를 다정하게 풀어 주는 위로입니다. 아이들 보는 틈틈이 20대 어느 날을 꼭꼭 담은 일기 읽는 밤, 이런저런 그리움이 별빛처럼 내려옵니다.

2001년 2월 8일(목) 일기입니다.

* 바람새(Windbird) : 7080 포크 가요와 그 시대의 다양한 음악을 모은 곳입니다. 예전 사이트는 http://windbird.pe.kr, 지금 유튜브 채널은 https://youtube.com/@baramsae입니다.


* 수구초심(首丘初心) : 여우가 죽을 때에 머리를 자기가 살던 굴 쪽으로 둔다는 뜻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 망운지정(望雲之情) : '구름을 바라보는 마음'이란 뜻으로, 자식이 객지에서 고향에 계신 어버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 노동요(勞動謠) : 일을 즐겁게 하고 공동체 의식을 높여서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입니다.

* 낱말 뜻은 모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인용했습니다.

* 선물받은 CD에 담긴 <Cotton Fields>와 비슷한 음원입니다.

https://youtu.be/pmmzyeOdSsk?si=sURtDeApswv0EDf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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