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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마일한문샘 Jul 27. 2024

<마라탕후루>로 배우는 한문

"선생님, 오늘 수업 해요?"
"시험 끝났는데 놀아요~"
웃으면서 PPT를 TV 화면에 띄웁니다.
"<마라탕후루>?"
"졸음 방지 퀴즈! 지금부터 노래 듣고 뭔 말인지 맞추세요. 여섯 개 다 한자어입니다."
화면 중 'ㅅㅂ' 'ㅅㅅ'에 "어?... 씨...(그 다음 말 잇지 못함)"
"설마 수업 때 그 단어 쓰겠어요? 잘 찾아보세요."


"선배! 마라탕 사 주세요 (좋아 가자)" "선배(先輩)!"
"사실 내가 선배 맘에" "사실(事實)!"
'ㅎㅅ'와 'ㅁㅈ'에 '???' 하던 학생들도 한참 듣다 "혹시(或是)!" "목적(目的)!"
"모쏠인생도 한자예요?"
"모쏠인생은 '모태(母胎) 솔로(solo) 인생(人生)'의 줄임말입니다. 어머니 모(母) 한자, 솔로는 이탈리아 말, 인생은 한자."
가장 늦게 맞춘 말은 '기필(期必)'입니다.
"보통 '기필코'로 쓰지요."

정답을 TV에 띄우고 "혹시 이거 한자인 줄 몰랐는데 오늘 처음 안 말 있어요?"
"선배" "혹시" "사실"
"좋아요. 선배는 먼저 선(先) 무리 배(輩). 어떤 공동체에 먼저 들어온 사람이죠."
"선생님, 혹 혹(或)에 네모 붙이면 나라 국(國) 맞죠?"
"맞아요!" 신기해서 或과 國을 칠판에 나란히 씁니다.


"올해 4월에 <마라탕후루>가 떴는데 7월 현재 유튜브 조회 수가 500만이 넘어요. 틱톡이나 릴스로 마라탕후루 챌린지* 해 보신 분?"
몇몇이 서로 보며 큭큭.
"마라탕 우리나라 음식이에요?" "아니요!"
"그러면 어느 나라 음식?" "중국이요."
"탕후루는?" "중국이요."​
"우리나라 음식 아닌 마라탕, 탕후루가 왜 떴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저는 유튜브 먹방* 영향이 크다고 봐요. 엽떡*처럼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문화, 탕후루 특유의 '와사삭' 하는 ASMR* 때문에 그런 것도 있겠지요."

마라탕후루 사진 띄우니 "선생님, 배고파요."
"이런! 빨리 내릴게요. 마라탕 안 먹는 사람?"
몇몇이 손을 듭니다.
"탕후루 안 먹는 사람? 아, 저도 탕후루 한 번도 안 먹어 봤어요."
먹어 본 학생과 안 먹는 학생이 평균 2:1.
"마라탕의 마(麻)는 캡사이신 잔뜩 넣은 듯 얼얼한 맛, 라(辣)는 청양고추 마라고추 할라피뇨처럼 매운 맛입니다. 중국어로는 '라(là)', 우리말 발음은 '랄'."

칠판에 매울 신(辛)과 매울 랄(辣)을 나란히 씁니다.
"왼쪽 글자 뭐죠?" "매울 신." "신라면의 신."
"오른쪽 글자와 辛 부분이 똑같죠? 둘이 합쳐 '신랄(辛辣)하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탕(烫)은 밑에 불 화(火)가 있죠. 불로 데운 음식이라는 뜻. 잘 보면 간체자(烫)와 정체자(燙)가 달라요. 중국 본토에선 간체자를 많이 씁니다."


"탕후루(糖葫芦/糖葫蘆)는 우리말로 당호로. 설탕 시럽 묻힌 호리병박 모양 간식입니다. 호리병박이 뭔지 아시는 분?"
"아.. 그.. 뭐..."
사진 띄우니 "아~~~"
"옛날엔 요거 따서 속은 파먹고 겉은 잘 말려 바가지로 만들어 썼어요. 그럼 호리병박과 탕후루가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글쎄요."
탕후루 사진 다시 보면서 "여기 보면 과일 끼운 모양이 꼭 호리병 같죠. 그래서 탕후루라 한답니다."


"하나 물어볼게요. 잘 모르는 후배가 마라탕 사 달라면 사 줄 거예요?"
대부분 "아니요!" 가끔 "이쁘면 사 줘요."(몇몇이 킥킥)
"좋아하는 마음을 마라탕과 탕후루에 비유한 건 기발하지만, 처음 들었을 때 '글쎄?' 했어요. 좋아하는 선배에게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더라도 어느 정도 선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마라탕, 탕후루는 조금 더 친해진 뒤에 사 달라고 해도 좋겠지요. 참, 탕후루는 너무 많이 먹으면 치아가 망가지니 적당히 드시고요."

* 마라탕후루 챌린지 : <마라탕후루> 중 "그럼 내가 선배 맘에 탕 탕 후루후루"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활동입니다.
* 먹방 : 먹는 방송. 출연자들이 음식 먹는 모습을 주로 보여 주는 방송 영상입니다.
* 엽떡 : 동대문 엽기 떡볶이. 매우 맵습니다.
* ASMR : 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뇌에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리입니다.

* 서이브의 <마라탕후루> 음원입니다.

https://youtu.be/UXOlJumrbUQ?si=0hBQWYQJQdC3cz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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