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와 유퀴즈

by 스마일한문샘

"선생님, 자습 아니에요?"
"학습지는 다 떼야죠. 오늘은 시험 범위는 아니지만 평생 기억하고 새길 만한 글을 배웁니다. 학습지 35쪽 펴세요."
부랴부랴 책장 넘기는 학생들에게 "시험 진도 나가느라 너무 빨리 수업해서 그렇지, 사실 맹자는 매우 매력적인 사람이에요. ('엥?' 하는 눈빛, 눈빛들) 성선설도 그렇고, 교육, 혁명, 방심 이런 말이 다 맹자 어록에서 나왔어요. 언어의 마술사라고 할까요."

"맹자의 천강대임론은 2300년 전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말입니다. 천강은 하늘 천, 내릴 강. 하늘이 내려 준다. 대임은 큰 대, 맡길 임. 큰 임무. 살다 보면 지각하면 혼나는 것처럼 내가 잘못해서 생기는 어려움도 있지만, 갑자기 아프거나 집에 일이 생기거나 친구 관계가 틀어지는 것처럼 내가 잘못하지 않았는데 생기는 어려움도 있어요. 천강대임론은 뜻밖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을 일깨우는 말입니다."

"ㄱ이 학습지 35쪽 따옴표 안에 있는 글을 읽어 보세요."
""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려주려 할 적에는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괴롭히고, 그의 근육과 뼈를 고달프게 하며, 그의 몸을 굶주리게 하고, 그 자신을 궁핍하게 하며, 그의 일이 그가 하고자 했던 것과 어긋나게 한다. 그것은 그의 마음을 분발시키고 인내를 기르게 해서 그가 할 수 없었던 일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까닭이다."
"잘했어요. 정리하면, 내게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걸 잘 견디면 인내심과 더 큰 능력을 갖게 되고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에게 공감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지선 자기님 영상 중 0:00~2:51 부분을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이분이 크게 다친 게 이분 잘못이에요? 운전자 잘못이에요?"
"운전자요."
"그 음주운전자 감옥 갔어요?"
"법적인 처벌은 받았지만, 24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사과를 안 했다고 합니다. 어쩌면 무서워서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ㄴ이 "저 같으면 그 운전자 가만 안 둬요."
"물론 그럴 수 있지요. 이분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봅시다."

7:16~8:29 부분 보고 "이분은 원래 유아교육과 4학년 학생이었고, 임용고사 공부하다 뜻밖의 사고를 당했습니다."
ㄷ이 "이분 지금 뭐하세요?"
"화상 때문에 오래 꿈꾸던 유치원 선생님은 못 되었지만, 재활상담과 사회복지 공부하고 모교 교수님이 되셨어요. 이분이 재활치료 받고 살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특히 화상 환자, 교통사고 후유증 겪는 분들이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합니다. 세상에 비록 나쁜 사람들이 많지만, 좋은 사람들이 세상 곳곳을 선하게 물들이기에 그래도 세상이 어느 정도 굴러가고 있어요."

"금 중 가장 비싼 금이 몇 K죠?"
"24K."
"금은 뜨거운 용광로를 세 번 지나야 불순물이 다 빠지고 24K 순금이 됩니다. 물론 큰 어려움을 이겨내고 '난 했는데 넌 왜 못해?' 하는 사람도 가끔 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큰 어려움을 지나면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더 빨리 봅니다. 최소한 '네가 잘못해서 그렇잖아!'는 안 한다는 거지요."

"저는 매우 내향적이고 소심한 사람입니다. MBTI 검사하면 I가 40 가까이 나와요. 찐I죠. 그런데 왜 교사가 되었을까요?"
ㄹ이 "소심한 성격을 극복하려고요."
"어느 정도 맞아요. 근데 더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꼭 한문교사가 되고 싶었고, 저처럼 소심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선생님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소심한 사람이라 소심한 아이들이 잘 보입니다."
몇몇 아이 눈빛이 겨울 햇살 아래 반짝입니다.


올해 2학년 2학기 한문 부교재 35쪽 윗부분입니다.


* 이지선 자기님의 그날의 이야기, 그리고 살겠다는 결심 (유 퀴즈 온 더 블럭 EP.186, 2023.3.22)

https://youtu.be/Ah0IIvfPj1E?si=fkyXLVlHdKiI68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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