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밤 10시 반부터 수요일 새벽 2시 30분까지 뜬눈으로 인터넷 뉴스를 보았습니다. 팅팅 부은 잇몸으로 등교하면서 '아이들도 잘 못 잤겠구나!' 1교시에 작년 기출문제 갖고 가니 "선생님은 계엄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계엄이 한자로 무슨 계, 무슨 엄일까요?"
"닭 계 아니에요?"
칠판에 '戒嚴令' 세 글자를 썼습니다. 한자 뜻, 음도 덧붙입니다.
"경계할 계, 엄할 엄, 명령 령입니다. 엄하게 경계하라는 명령이지요. 나라에 큰일이 생겼을 때 군인들을 여러 곳에 보내 엄하게 경계하는 것을 계엄이라 합니다. 계엄령은 계엄하라는 명령이고요."
"왜 했어요?"
학생들이 이해할 만한 말로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계엄령인데 학교 와도 돼요?"
"1호니까 일상생활 가능하니 당연히 와야죠. 뉴스 볼 때 교육부 지침도 같이 확인했어요."
2교시 반에서도 "선생님, 어제 잠 못 잤어요."
"저런. 아침에 학교 오느라 힘들었겠네."
"선생님 선거 때 몇 번 찍으셨어요?"
"그건 비밀선거 원칙상 말할 수 없지."
20과 마무리하고 남은 시간에 10.26, 12.12, 서울의 봄, 5.18을 짧게 풀었습니다. <서울의 봄> 영화 본 학생들이 많아선지 다들 눈빛이 진지합니다.
4교시 반 들어가다 몇몇 학생 "비상계엄령"에 귀가 번쩍! 칠판에 '非常戒嚴令' 다섯 글자 쓰고 물었습니다.
"이거 무슨 말일까요? 첫번째 글자는 이번 시험 범위에 들어가는데."
"모르겠어요." "시험 범위에 저 글자 있어요?" "아닐 비?"
"정답! 10과 원비일본지지(元非日本之地)에 나오죠. 원래 일본 땅이 아니다."
한자 밑에 뜻, 음 쓰고 "비상은 아닐 비, 항상 상. 정상이 아닌 상황이지요. 계엄령은 엄하게 경계하라는 명령."
시험 준비에 뜻밖의 계엄령까지 겹쳐 잠못 이룬 학생들과 겨울 햇살 내려앉은 45분을 보냈습니다.